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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장 낯선 곳으로의 출근
Destory - 11 뒹구는 돌 - 19 첫인상 - 25 반존대 - 31 근묵자흑 - 38 비상벨 - 48 유전무죄 무전유죄 - 54 절망 - 60 2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믿음과의 싸움 - 69 자격 - 79 숨은 아버지 - 86 고집쟁이 소년 - 93 원래 그런 사람 - 103 쓸모없는 사람 - 112 수치심 - 122 소나기학교가 알려준 것 - 128 분투 - 134 3부 죄에게 질문받는 시간 자신과의 상담 - 141 찌르는 말, 머무는 침묵 - 147 상담자의 숙제 - 151 오지랖 - 156 예술가와 범죄자 - 166 죄인의 가족 - 173 기꺼이 짊어진 책임 - 178 동료들 - 184 일단 기다리세요 - 189 죄에게 대답하는 시인 - 195 너머의 손 - 203 삶의 아름다운 행간 - 209 감사의 글 - 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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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에게 기소(起訴)되었다. 삶이 나에게 추방형을 선고했다.
--- 「Destory」중에서 교도소에서 내가 걸어온 삶은 비록 시나 문학 위에 반듯하게 난 길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가장 시적인 길이었고 가장 나다운 길이었기 때문이다. --- 「뒹구는 돌」중에서 인간은 호의와 긍정만으로 허용되고 발전하는 존재가 아니고, 동시에 처벌과 냉대와 박탈로도 나아지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 「반존대」중에서 목숨에는 무슨 가치가 있어서 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하잘것없고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삶조차도 삶 자체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윤리를. --- 「비상벨」중에서 그러나 변화란 오랜 인내 속에서 갑작스레 싹을 틔우기도 한다고 믿으며 나는 분노와 피로 위에 건강한 자비를 내 주변에 조금씩 심어가고 있다. --- 「절망」중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며,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은 매 순간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결정들을 쌓아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가 끔찍하게 어려울 뿐이다. --- 「믿음과의 싸움」중에서 삶을 제대로 낭비하고 잃어버린 사람이 지닌 절실함과 간절함에는 애잔하면서도 숭고한 의지가 있다. --- 「분투」중에서 삶에서 누군가를 책임지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그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 「기꺼이 짊어진 책임」중에서 그런 감정들은 비유하자면 불꽃이라기보다 젖은 수건 같았다. 때때로 마음의 수건을 꺼내어 힘껏 비틀어 물기를 짜낸 다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양지에 말려야 했다. --- 「동료들」중에서 교도소 안에서 시작해서 교도소 안에서만 끝나는 삶은 없다. 교도소 너머에도 이야기가 있고, 삶이 굴러간다. --- 「너머의 손」중에서 나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대신 사람은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 「삶의 아름다운 행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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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관계와 상처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내밀하고 눈부신 기록.” · 문보영(시인) 시를 버리고 가장 어둡고 낯선 곳으로 향한 시인 그곳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시적인 공간이었다 기원석 시인은 2018년 『시인수첩』으로 등단했고 육 년 뒤 첫 시집 『가장낭독회』를 출간했다. 서른다섯의 일이었다. 하지만 등단한 지 육 개월도 채 지나기 전, 시인은 이미 “서른이 되던 해, 나는 내 삶에게 기소되었”다고 말한다. 스스로 “시 같은 건 다시는 읽지도 쓰지도 않겠다”고 다짐하며 “문학과 연루된 삶에서 쫓겨나듯 도망쳐나왔다”고. 삶이 시인에게 “추방형을 선고”한 셈이었다. “삼십대에 아무런 능력도 스펙도 없는 백수”가 되었다 자조하던 시인은 생업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치렀고, 삼 년 만에 교정직 교도관이 되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시인이 내쫓기듯 도착한 “가장 낯선 곳”인 교도소에서 시작된다. “수용동으로 향하는 철문이 열리자마자 풍기는 특유의 냄새”, 모든 것이 멈춘 듯 적막하지만 “분명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말해주는” 냄새가 머리에 새겨진 채로 마주한 교도관 생활은 그다지 신비롭지 않았다. 시인의 말에 따르면 “교도관으로서 교도소의 일과는 무섭거나 힘들다기보다는 피곤하고 지겹고 환멸스러”웠다.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자신과 반목하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 수형자들. 교도소는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곳이다. -29쪽 하지만 타인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결국 자신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자세에서 시작됨을 깨달은 시인은 자신의 삶에 “자비로운 영향력”을 불어넣고자 수형자들과 진심으로 대면하기를 바랐고, 상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여 심리치료센터에서 ‘교정상담사’가 되었다. 그렇게 시를 등지며 스스로의 삶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 때로는 “수치심”마저 품은 채 교도관이 된 시인은 상담가로서 ‘죄’를 지어 국가로부터 ‘벌’을 받고 있는 수형자들과 “어지러이 뒹구는 삶”을 시작했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하고 치열하게 답해온 믿음과의 싸움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 분명하게 단정한다. 사람은 안 변한다고,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교정시설에서의 절망도 ‘결국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라는 데에서 비롯한다. -62쪽 2부와 3부에서는 강력범들과의 교정상담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 경험을 관통하는 질문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시인에게 이 문장은 감성적인 명제가 아니라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얼굴들 앞에서 매번 새로이 던져야 하는 실존적인 질문이었다. 범죄자들과의 강제 이수 상담은 늘 “왜 제가 상담을 받아야 하죠?”라는 반발로 시작되고, 이 저항 앞에서 시인도 한때 범죄자에 대해 ‘제도적인’ 응보와 격리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한 차례 회의론자의 자리에 서본 뒤에야 그 반대편을 말할 수 있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시인, 교도관, 상담자라는 세 가지 정체성은 이제 문보영 시인의 말처럼 “이 셋이 모여, 의심하고, 믿고, 부수는 관찰자”로 변모한다. 반신반의하던 수형자가 어느 순간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기 시작하는 장면, 가상의 사례에 대해 수형자와 논쟁을 벌이다 끝내 그가 “사실은 그게 제 이야기입니다”라고 털어놓는 장면, 그리고 정신이 온전치 못하던 노년의 수형자가 짧게 되찾은 명료함 속에서 건넨 사과 한마디. 이런 순간들은 극적인 ‘갱생의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변화가 얼마나 드물고 예고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시인은 이것을 낙관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 대신 “변화란 오랜 인내 속에서 갑작스레 싹을 틔우기도 한다”는, 조심스럽고 겸손한 믿음에 도달한다. 누구에게나 한 사람 분의 마음과 꿈이, 한 사람 분의 그림자와 사랑이 존재한다 시인은 수형자들에게 종종 묻곤 했다. “당신의 죄와 지금 받는 벌은 그만큼 가치 있고 저지를 만한 행동의 대가였”느냐고. 그 질문에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고 대답한 내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사실은 결국 누구도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그 사실 자체로 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이해’로 향하는 문이 된다. 나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대신 사람은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 나는 범죄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자신의 과오에 대한 범죄자의 반성을 긍정한다. / 나는 타인이 지옥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 동시에 나는 가장 지옥 같은 내면에도 평온과 용기 그리고 지혜가 심어질 수 있음을 이해한다. -212쪽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의 제목이 갖는 메시지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반대 명제의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은 안 변한다’는 문장이 가진 편리함, 그 확신이 관찰과 기다림의 수고를 면제해준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에 가깝다.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면 우리는 무엇도 지켜볼 필요가 없다. 시인이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 ‘사람이 사람에게 갖는 무관심’이다. 강력범죄 보도가 나올 때마다 재범 방지와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는다. ‘회복적 사법’이나 교정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종종 “이 예산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써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결론으로 향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제 교정상담을 진행하며 “그렇지만 나는 교도소 안에서 어떻게 상담을 하고 있으며, 스스로 어떤 의미를 찾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적어도 내가 매일 하는 일을 싫어하려면, 제대로 알고 싫어하는 게 맞으니까”라고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드물고, 그래서 더 묵직하게 들린다. 기원석 시인이 던지는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가해자를 옹호하지도 피해자의 고통을 지우지도 않으면서 그사이의 좁고 불편한 자리에 오래 머무른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이제 독자에게 돌아온다. 당신은, 나는, 우리는, 정말 변하지 않는 존재냐고. 손쉬운 낙인과 편안한 외면 사이, 그 좁고 불편한 행간에 머무르는 법을 시인은 조용히 제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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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가장 낯선 곳으로 출근’하는 이가 있다. 그는 교도관이자 시인이며 상담자다. 세 직업은 좀처럼 닮은 구석이 없다. 교도관은 문을 잠근다. 상담자는 문을 두드린다. 시인은 문이 왜 생겼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 셋이 모여, 의심하고, 믿고, 부수는 관찰자가 탄생한다.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을까? 교도소에서 이 질문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의심하지만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속아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윤리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은 교정시설에 관한 르포도, 상담 기법을 설명하는 실용서도 아니다. 죄와 책임, 관계와 상처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내밀하고 눈부신 기록이다. - 문보영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