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작가가 북한을 소재 삼은 작품들을 쓰면, 대체로 ‘북한 인권문학’으로 호칭된다. 북한에서의 삶과 목숨을 건 탈북 과정이 북한 밖의 시선으로는 그 자체로 인권 유린 현장이 되는 데 연유했으리라. 그러나 김유경의 소설들은 ‘인권문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탈북 이후 남쪽 생활에도 초점을 맞춘다. 평생 작은 둠벙에서 살던 물고기가 강을 만나면 어떤 삶을 살까? 소설들 속에는 낯섦이 익숙함을 지향하면서 겪는 아픈 시간들이 차분하게 담겨 있다. 단숨에 읽었다. 궁금증이 증폭된 탓만이 아니었다. 내 일상 속에서 시들어가던 공감대가 밤새 뜨겁게 일어난 탓이 더 컸다.
탈북자를 평범한 이웃이라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듯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을 통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버리는, 이해하려 하면서도 자꾸 가슴에 켕기는 남쪽 며느리의 생활 태도를 통해서, ‘원수님’의 품으로 돌아가자는 동생의 간절한 호소를 통해서 김유경은 북한 소재 문학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먼 후일 사람들이 김유경의 소설들을 다시 읽는다면, 이미 통일 이후의 남북 문화 충돌을 진지하게 고민한 작가가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김유경의 유창하고 아름다운 필치가 펼치는 감동의 세계와 하룻밤 함께하기를 독자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