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내게는 구자혜의 연극을 보는 일이 그렇다.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은 죽음을 영원한 부재나 상실로 다루기보다, 애도의 퀴어한 방식을 제시한다. 등장인물들의 목소리가 섞이고, 인물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애도가 갖는 정치적, 정동적, 그리고 감정적 의미가 떠오른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현실과 현실과 현실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함께하는 이들의 삶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실린 희곡들은 모두 현실을 중첩해서 쌓아 올리며 만든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자, 희곡/연극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최대로 확장하는 작품들이다.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고 더 많은 이야기를 쌓아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