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자타 공인 봄꽃 애호가. 2018년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한 사람을 더하면》 《세 개의 푸른 돌》, 연작소설 《우주의 일곱 조각》, 중편소설 《안락》, 소설집 《오프닝 건너뛰기》 《선물이 있어》 《꿈과 토템》 등이 있다. 스몰토크에 서툴지만 미듐토크나 라지토크에는 강한 편. 그 사람이 풍류를 좀 알지, 하는 평을 들으며 나이 들고 싶다
복수심과 죄책감을 매개로 이어지는 진실 게임. 혹은 선의와 악의가 혼재된 기묘한 여성 연대. 『우리 착한 나진』은 지금껏 만나 왔던 이서수의 소설 중 가장 높은 가독성을 선사한다. (……) 이서수는 불운과 악연의 협공으로 파인 동굴 속 어둠을 묵직한 질문들로 그려 내는 한편 겁 많은 강아지의 눈을 들여다보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떠도는 식탁 앞에 마주 앉는 생활감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 여정 끝에서 어느새 나진의 손끝에 와 닿는 빛줄기를 우리는 함께 느낄 수 있다. 삶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빛의 형태와 질감까지 고스란히.
“삶의 어떤 시기는 축제처럼 환해서 이때의 기억만큼은 빛이 바래지 않을 것 같다. 응당 선명해야 할 그 시간이 어느새 아득해졌을 때, 강석희는 놀랍도록 고이 간직해 둔 생애 최초의 순간들을 건네준다. ‘네 덕분에 여기서 괴물이 되지 않았다’라고 되뇌던 때를 지나 너는 ‘내가 있는 쪽으로 조금도 기울지 않았으므로’라고 단념하는 마음 또한 놓치지 않는다. 섬세하게 구현된 설렘과 상실의 조각들은 한데 모여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설령 축제가 막을 내린다 해도 우리가 연결되었던 시간은 훼손되지 않는다고.”
이 곧고 청량한 녹색의 겹,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온전히 담기지 않는 풍광을 문장으로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막막하여 메모장에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찰나, 한순간에 주변이 환해졌다. 시야 너머의 상공에서 구름이 걷혔는지 메타세쿼이아 사이의 가느다란 틈마다 오후의 햇살이 비어져 나온 것이었다. 사위를 물들인 황금빛 속에서 자연히 떠올린 것은 인류의 상상으로
그때껏 '피고 진다'는 두 단계로 감각하던 현상 안에 담긴 생명의 분투를 눈높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못 잊을 경험이었다. 꽃받침 위로 꽃잎이 빈틈없이 포개져 완두콩만 하던 꽃망울. 그 하얀 구체가 서서히 벌어져 석류처럼 끄트머리가 열리며 부피를 키워가는 모습. 고요 속 안간힘이 느껴지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무릎을 양팔로 감싸안고 쪼그려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는
활짝 열린 창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펍 안에는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지나치지 않은 웅성거림 속에서 반디와 나는 처음 접하는 것 중에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과 낯설게 여겨지는 것의 차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분 좋은 취기 속에 번잡한 세상사에 한 발쯤은 끊어져 있는 듯하기도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한 시간, 때마침 실내에는 익히 들어 아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