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더카머』는 은신처이자 보호소이다. 무엇을 위한? 아마도, 카메라 옵스큐라가 몰아낸 모든 것들을 위한. 방에 대한 두 개의 메타포, 분더카머와 카메라 옵스큐라는 끝내 서로 불화할 수밖에 없다. 온갖 경이로운 사물들로 가득한 방과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컴컴한 방, 안에 있는 것이 볼거리인 방과 바깥에 있는 것을 보려고 만든 방. […] 생각해보면, 카메라 옵스큐라의 가장 천박한 후예인 영화는 윤경희가 안내하는 분더카머에 들어설 자리가 없다. 문학과 미술과 음악은 이 방의 곳곳에 떳떳이 자리하고 있지만, 영화는 그러한 예술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다른 이가 쓴 영화 이야기를 인용할 때나 호명될 뿐이다. 하지만 내가 이 방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분더카머』는 뜬금없고 실없는 영화 이야기로 조용히 책을 덮게 만드는 그런 범상한 에세이가 아니다. 기꺼이 낭만주의자이기를 자처하며 고대적인 것들의 무덤 곁에 있기를 꺼리지 않는 그와 같은 문지기가 있기에, 나는 안심하고 허풍선이들과 거짓말쟁이들과 사기꾼들과 욕쟁이들과 주정꾼들과 고리대금업자들과 투기꾼들과 도둑들과 이런 이들을 소리 높여 상찬하는 매문가들로 어수선한 영화의 장터로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