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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진자운동실험
65 원근법실험 89 에세이 “도래할 사진을 위한 에스키스”(유운성) 96 작가 인터뷰(김현호) 105 추상사진 133 논픽처 161 작가노트 177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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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흑백 사진은 잊혀진 매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흑백 사진이 잊혀진 까닭이, ‘잊혀져야 마땅할’ 작업들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특정한 이들의 소재나 주제의 한계가 과연 하나의 매체를 사라지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흑백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하지 않았던 것들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략) 나는 흑백 사진을 전체적으로 모호하게 보여주기보다는 그 프로세스를 분할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왜 흑백으로 보이는가, 사진에서 빛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문제들을 각각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 p. 96「작가 인터뷰_김규식 」 중에서 재현을 하지 않고서 사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나는 이 물질적이고 기계적이고 화학적인 작업 과정에서 어떤 인간적인 감정들을 배제할 수 있다면 좀 더 답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보는 사람이 어떤 감흥을 갖게 되고 어떤 느낌을 받는지도 딱히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인화지를 속이는 일이었다. 인화지에게 사진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인화지는 그저 농도가 다른 입자를 감광시키는 행위라고 답할 것이다. 그 빛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인지를 알 방법도 관심도 없다. 「중략) 재현이나 교란, 진실과 거짓의 논란은 사실 조금 우습고 공허하다. --- p. 98「작가 인터뷰_김규식 」 중에서 렌즈를 통과하면 이미 추상이 아니라는 것은 내 중요한 전제다. 재현에 대한 아무런 욕망이 없다는 점에서 바우하우스의 사진들과도 다르다. (중략) 기존 사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지만 그 결과물은 사진이다. 다시 말하지만 촬영이 없어도 사진은 성립한다. --- p. 98「작가 인터뷰_김규식」 중에서 나는 우리가 사진이 복제 장치라는 점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렇게밖에 사진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정작 카메라로 복제를 한다고 하면, 과연 어느 정도로 얼마나 복제해낼 수 있는 걸까. 정말 그게 전부일까. 이런 문제의식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 p. 99 「작가 인터뷰_김규식」 중에 입자는 사진에 있어서 가장 익숙하고 전통적인 사진적 표현의 요소다. 사실 〈추상사진〉의 입자를 보고도 어떤 작가는 이건 ‘입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통적인 사진적 재현의 관점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글쎄, 하지만 인화지의 입장에서는 ‘사진적’ 입자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뭐가 중요할까. 「중략) 나는 사진을 물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려 했다. 입자면 입자지 굳이 우리가 익숙한 은입자여야 하는가? 사진다운 입자는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입자는 무엇인가? 그걸 구분할 근거를 인화지에게 댈 수 있는가? 그럴 바에는 필름도 없애버릴 필요가 있지 않은가. 다 가짜라면 필름의 입자를 내가 다른 입자로 바꾼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될까. --- p. 102「작가 인터뷰_김규식」 중에서 이 연작을 구성하는 것들 중 사진학과에서 배우지 않는 것은 없다. 단지 고민하지 않았을 뿐이다. 존재 자체는 안다. 한때 헬리오그래피가 있었고 카메라 옵스큐라가 있었다. 하지만 왜 그들이 그걸 그렇게 했고 우리가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 「중략) 흑백을 다루는 이들 중에서는 내가 거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다. 그 마지막 세대 입장에서는 조금 더 하고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 매체의 가능성을 조금 더 살펴보려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후에는 할 이들이 없을 거니까, 나라도. --- p. 104「작가 인터뷰_김규식」 중에서 하나의 근본적인 물음이 우리에게 던져지는 것은 이쯤에서다. 이러한 비인격적 기록 장치들을 통해 얻은 결과물들에 위계를 매기고 평가하고 그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 가능할까? 「중략) 집요하게 사진의 과거를 거듭 돌아보며 그 개념을 탈구축하는 김규식의 작업은 그런 방식으로 언제나 우리의 시선을 도래할 사진 쪽으로 인도하는 엄정한 지침이자 겸허한 추상이 되고 있다. --- p. 95「도래할 사진을 위한 에스키스_유운성」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