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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민중미술을 넘어서 / 문영민
임흥순과 관객의 대화, 2009 / 박찬경 누구나 당신인 곳, 인민의 시적 영상화 / 양효실 땅 아래 / 조지 클라크 역사를 잃은 세계의 기억 멜랑콜리 / 서동진 임흥순 작품 연표 1997~2018 무명(無名)의 역사: 영화평론가 Y와 영상작가 P의 두 번째 대화 / 유운성 긍정 미학을 보는 시선 / 만수르 지크리 비는 마음 / 강수정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 / 오사카 고이치로 임흥순의 작업 감상 기록 / 김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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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여러 유형의 ‘꿈’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때로는 악몽이며, 때로는 잘못된 죽음이 없는,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열망인 듯하다. 망각된 타자에 대한 배려, 몰입, 소망, 결의가 전이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 문영민, 「‘민중’과 민중미술을 넘어서」, 42~43쪽. “그는 우리에게는 아마추어로, 미적 형식적 실험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타자의 감각이 현시되고 있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낯선 ‘예술가’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미 사랑하고 있기에 자신이 얼마나 타자인지를 알지 못하는 이방인으로 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한번에 선명하고 단호하게 설명하거나 호명할 수 없다.” - 양효실, 「누구나 당신인 곳, 인민의 시적 영상화」, 78쪽. “바로 우리의 발밑에, 아름답게 촬영된 풍경 아래, 언덕 하나하나, 숲과 건물, 집, 군부대 아래 망자들이 누워있다. 림보(limbo)에 남겨진 망자들, 인간성을 부정당한 이들, 과거·현재·미래의 망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화해의 수단은 우리가 시간을 이해하는 방식을 전환함으로써만 가능한 수단이다. 중심을 달리하는 유목학적 사유와 생태적 시간의 순환적 속성을 통해 우리는 임흥순이 도입한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 - 조지 클라크, 「땅 아래」, 117쪽. “우리는 이제 임흥순의 거의 모든 작품을 지배하는, 또 그 못잖게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숱한 영상 작업의 형식적인 프로토콜이라고 불러도 좋을 풍경의 이미지를 피할 수 없다. (…) 그렇다면 메시지로서의 이미지, 재현으로서의 이미지와 대립하는 정동?풍경의 이미지는 역사적인 서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동?풍경 자체를 주된 이미지 텍스트로 삼고 있는 임흥순의 거의 모든 작업은 이러한 기억과 역사 사이에서 우리가 얼마나 방황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 서동진, 「역사를 잃은 세계의 기억 멜랑콜리」, 139~140쪽. “임흥순의 영상 작업에서 이야기가 솟아나고 역사의 형상이 드러나는 것은 다름 아닌 풍경과 말의 불화를 통해서다. 그의 작품에서 역사는 정동의 풍경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아니며, 장소의 지질학을 통해 파악되는 것도 아니며, 증언의 말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말과 풍경의 어긋남을 통해서만 감지되는 무엇이다.” - 유운성, 「무명(無名)의 역사: 영화평론가 Y와 영상작가 P의 두 번째 대화」, 229쪽. “임흥순의 작품의 시각적 분절 스타일을 ‘긍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영화적 관습 자체에 대한 실험(그는 관습적인 영화 법칙을 따르지 않고 법칙들을 물색한다)을 통해 아름다움, 즉 등장인물이 경험한 실제 사건을 숙고하게 하는 시적인 칼날(poetic knife)로서의 아름다움을 현시하는 예술의 진정한 속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만수르 지크리, 「긍정 미학을 보는 시선」, 251~252쪽. “임흥순의 전시 공간에서 이야기는 서술되는 판의 변용 형태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가용된다. 이처럼 전시장은 이야기의 서사 구조와 전시의 모양새가 연계되는 일종의 그릇으로 작동하는데, 이러한 방식이 가장 두드러진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다.” - 강수정, 「비는 마음」, 262쪽. “노랑색 애도는 작가와 그의 대상에게 새로운 여명으로 가는 길을 내비친다. 불투명한 노랑을 낳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임흥순은 이를 탐색하는 가운데, 저 미학적 질문을 정치적인 질문으로 탈바꿈시킨다. 임흥순의 작업에서 빨강과 파랑은 언제나 노랑이라는 색을 만들기 위해 뒤섞여야 할 것들이다.” - 오사카 고이치로,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 281쪽. “여기서 임 작가의 작업에 가끔 등장하는 자료의 성격에 대해 이제 이해가 가네요. 정보적 가치를 지닌 실증 자료의 성격이 없지 않지만 그 또한 중간이에요. 때로는 오히려 가시적 현상이나 사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죠. 그래서 무의식이 스윽 나오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을 뒷받침하는 듯한데 다른 사실을 알려주는, 영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광목천으로 된 막처럼, 이중 역할을 해요.” - 김희진, 「임흥순의 작업 감상 기록」, 300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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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부재의 시대’에 새로운 비평적 활기를 모색하다
정연한 논리와 엄격한 관점에 입각한 긴 호흡의 비평적 글쓰기를 용납하지 않는 오늘날의 매체 환경은 ‘비평 부재의 시대’라 할 만큼 비평적 활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반면에 비평적으로 주목할 만한 전시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작가들의 문제의식은 학제간 연구를 넘나들며 점점 더 다기하고 첨예해졌고, 전시 기획에 관한 큐레토리얼 실천은 글로벌한 동시대성의 지평에서 수행되고 있다. 전시를 매개로 한 작가들과 큐레이터의 활발한 활동에 상응하는 비평적 활력이 부재하는 현실 때문에, 담론 없이 현상만 있는 왜곡된 미술문화를 낳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은 작가연구와 비평적 글쓰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마련된 ‘MMCA 작가연구’ 시리즈의 첫 번째 성과물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작가연구 시리즈를 통해 향후 지속적으로 한국의 동시대 미술가에 대한 본격적인 작가연구의 성과를 펼쳐낼 계획이다. MMCA 작가연구 시리즈는 동시대 미술 현장에 대한 깊이 있는 비평적 글쓰기를 통해 미술 담론 창출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10명의 국내외 평론가와 큐레이터가 제공하는 심도 있는 본격 비평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은 최근 국내외 미술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임흥순 작가에 대한 비평적 글쓰기와 인터뷰로 구성한 단행본이다. 미술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임흥순은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기억을 국경을 넘나들며 다룬 다큐멘터리 [위로공단](2014)으로 한국 최초로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는 노동자로 살아온 자신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정치, 사회, 국가, 자본으로부터 주어진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여러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사회 정치적인 경향이 강한 그는 사진, 설치미술, 공공미술, 커뮤니티아트, 영화 등의 다양한 시각 매체를 활용해 작품세계를 넓히는 중이며,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2017), 파리 퐁피두센터(2016), 뉴욕 필름소사이어티 링컨센터(2016), 타이베이 비엔날레(2016), 테이트 모던(2015), MoMA PS1(2015), 샤르자 비엔날레(2015), 일본 국립신미술관(2015)과 상하이 국제영화제(2015), 몬트리올 국제영화제(2015), 라이프치히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5) 등 국내외 전시와 영화제에서 작품을 소개해왔다. 이 책에 수록된 10명의 국내외 평론가와 큐레이터의 글 중에서 한 편(박찬경의 「임흥순과 관객의 대화, 2009」)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번 작가연구를 위해 새로 생산된 원고들이다. 10편의 글은 임흥순 작가의 작업을 바라보는 비평적 시각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으며, 또한 그 각각의 비평적 입장을 지탱하는 이론적 전거의 치밀함을 볼 수 있게 해 긴 호흡의 비평적 글쓰기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필자들의 논지를 가로지르는 비평적 개념어들도 풍성하다. 몇 가지만 들자면 서발턴에 대한 애도(문영민), 관객성 문제(박찬경), 인민-아마추어 예술가와 포스트좌파적 페미니즘의 가치(양효실), 생태학적인 순환적 시간(조지 클라크), 기억의 지구화와 기억-다큐멘터리 및 기억-멜랑콜리(서동진), 말과 풍경의 불화(유운성), 시각적 혁신성과 긍정 미학(만수르 지크리), ‘판(板)’으로서의 예술적 실천(강수정), 불투명성의 정치(오사카 고이치로), 감상(鑑賞)으로서의 작업 방식(김희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개념어를 탄탄한 논지로 풀어내는 필자들의 비평적 글쓰기는 이러한 비평적 글쓰기가 아니고서는 잘 파악할 수 없는, 임흥순 작업에 내재해 있는 의미의 켜들을 풍부하게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들의 비평적 글쓰기의 전략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동원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임흥순 작가의 작업 전체를 조망하는 글쓰기(문영민)에서부터 임흥순의 특정한 작업 양상을 둘러싸고 관객들이 보일 만한 반응을 가상의 대담으로 풀어내는 방식(박찬경), 비판적 거리 두기를 엄격하게 고수하는 비평(서동진), 그리고 이와 정반대의 태도로 임흥순의 작업에 대한 주관적인 믿음 혹은 사랑에 기반해 임흥순 작업의 전복적 가치를 풀어내는 방식(양효실) 등 앤솔로지(모음집)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