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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
국내작가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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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
국내작가 문학가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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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은 나누어지지도 지워지지도 않는 수, 여기 그것을 0으로 셈하는 시인이 있다. 전형철은 이 불가능한 계산에 ‘슬픔의 수리학(數理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이 명명 앞에서 오래 멈춘다. 답이 없는 줄 알면서도 셈을 그치지 않는 사람의 필적이 시집 갈피마다 별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숫자에 영을 곱하면/0이 되”는 소멸의 산술 앞에서, 그래도 그가 “아프지 말자/아프지 말자” 두 번 겹쳐 적을 때, 이 셈은 얼마나 절실한가(「별내」). “눈물의 모든 이름을 아는 사람”으로서 시인은 무릎걸음으로 눈 내린 절벽 끝에 서거나(「예티」), “두 별 사이에/어금니를 깨물 듯” 기댄다(「북벽」). 답이 오지 않는 밤을 무릎과 어금니로 견디며 밑바닥까지 셈한 슬픔은, 더는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다. 슬픔의 수리(數理)는 어느새 수리(水理)가 되어 다 풀지 못한 셈은 넘치고, 넘친 슬픔은 다른 생으로 번져 간다. 그리하여 시인은 제 울음마저 아껴 남의 울음에 목을 빌려준다. “먼저 간 자의 울음을 대신 우는 것처럼//갈라진 솥을 지고 느리게 걸어”가는 사람(「둔차」), 「곡비」의 가난한 비와 「완신」의 쉰 목소리로 땅을 긁는 무당이 모두 그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육친은 죽고 아이들은 자란다. “늦고 적고 다른 길을 가는 흰 국수 같은 아빠”는(「코코」) “이 바람을 다 타고 넘어야지요”라고(「하원」) 아이에게 타이른다. 존재가 0으로 지워지는 것을 지켜본 사람만이 곁에 남은 목숨이 얼마나 뜨거운 수인지 알기에, 떠난 이를 세던 손으로 그는 아이들의 “두고두고 돌아볼 퇴로가”(「코코」) 되어 주는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죽어 본 적 없고 누구도 어떤 별에 닿아 본 적 없지만, 그 유이(唯二)한 저편을 향해 전형철은 “말이 아니면 침략할 수 없는 저 세계로, 모든 것을 거슬러” 걸어간다(「슬픔의 수리학」). “나는 지금/사라질 준비가 되었다”라고 그가 적을 때, 우리는 안다(「둔차」). 이것은 소멸이 아니라 부재하는 것들의 슬픔까지 모두 세어 보고자 하는 도저한 의지라는 것을. 이 시집이 오래도록 우리를 대신해 걸어갈 것을 믿는 까닭이다.
  • 민창홍의 시적 특질은 어디에 있는가. 살펴본 것처럼 삶에 노정된 다양한 우연을 인정하고 이를 일반적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 데에 있다. 아이러니적 사유를 통해 삶의 모순을 직시하지만 이를 ‘너그러움’으로 포용하는 데에 있다. 또한 시적 대상으로서의 사물과 인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전이의 상상력을 통해 이를 합일시키는 데에 있다. 그에게 과거란 ‘있었음’이 아니라 현재에 ‘있음’이며 나아가 미래에도 ‘함께 있음’의 의미를 지니며, 이때 과거의 회상이란 자기 존재의 탐색과 새로운 실천으로 이어진다. 하나 더 부기해야할 것이 있다. 민창홍 시인의 이 모든 시적 특질의 바탕에는 사물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너그러움이나 따뜻함은 흔한 단어이지만, 민창홍의 시에서처럼 그것이 시가 다루는 존재 일반에 투사될 때 그 시는 나와 타인에게 자유와 연대의 장소가 된다. 민창홍의 시가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소망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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