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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현대시론』을 발간한다. 인간과 함께 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인간을 초월하려 하지 않은 적이 없는 문학 양식이 시다. 시대와 함께 시대 너머를 꿈꾸었던 시는 당대성과 초월성이라는 이중 과제를 떠안고 지속되었다. 모든 시대의 독자는 시를 통해 당대 언어 표현 능력의 최대치를 체험하며 인식의 영역을 확장했다. 현대시와 마찬가지로 현대시론의 범위는 개방적이며 가변적이다. 한국의 현대시는 최근 전대의 미학에 균열을 내는 다양한 목소리를 선보였다. 주어진 관례나 규범이 없는 현대시의 미학적 특성을 정리하여, 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는 시 쓰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를 잘 읽고 싶은 마음에는 시 읽기
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현대시론의 역할이다. 이 책은 시의 지형도 중심과 주변에 나타난 새로운 목소리를 갈피 짓는 동시에 그 목소리가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특히 2010년대는 한국 현대사와 한국 현대시의 격동기라 할 만하다. 이 책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인용할 시를 선택하는 데 또 하나의 필터가 끼워졌던 시기, 시적인 것과 윤리적인 것의 접합점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이때였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재편된 ‘시적인 것’을 주목하고 체험하는 것이 필자들의 바람이다. 이 책은 대학의 한 학기 수업 주간을 참조하여 열다섯 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그런데 이는 현대시학의 중요 개념을 체계적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일반 독자, 시 관련자의 요청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시의 언어, 시의 화자 같은 시론의 전통적인 대상뿐만 아니라 시적 정의, 인공지능의 시 같은 최근의 현상들이 주제에 포함된 까닭이 이와 같다. 필자들은 주제별로 개념을 규정하고 그 역사를 되짚어 본 뒤 현장의 시와 접목하는 형식적인 통일성을 느슨하게나마 고려했다. 도서출판 서정시학은 꾸준히 ‘시론’과 관련한 여러 책을 출간하며 현대시학의 미적 규준을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다. 여러 필자들이 참여한 이번 작업도 그 기획 중 하나이다. 지속적으로 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시대에 산출되는 다양한 시들을 감상하는 데에 이 책이 길잡이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2020년 봄 『현대시론』 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