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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발톱 슬픔의 문장 유쾌한 치킨 배꼽의 각도 오늘 병동 골방 엽서 음력 2월 30일 남은 이유 한길 순대 감자탕 팬티스타킹 붉은 습관 지퍼 행간 보리살타 돼지 꽃피는 복날 제2부 바퀴의 환승 수상한 테라스 뒤쪽이 앞쪽에게 골반의 바깥 안전핀 단추 21세기형 십계명 내비의 눈물 네네 그래서 환생 늪의 킬로미터 짝짝이 그림 발로만 출애굽 변기 제3부 사시들 폭염주의보 철수세미 스티로폼 새사람 아하, 역돔 황태덕장 당신은 시뮬라크르 드럼 세탁기 모서리 나사 휴지에게 사랑을 배울 때 하루도 책상같이 치명적 그루 조금,만이라는 제4부 흡반별 정직한 사각 혀의 반성 캔 한번도 봄날 견인되다 더와 다 시월 이상한 개나리 폐차 자화상 손잡이 대충(大蟲) 가닿고 싶은 것과 와닿을 수 없는 것 닻과 돛 해설 시인의 말 |
권성훈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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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의 시에는 자본주의 시대에 넘쳐나는 물성(物性)과 피 내음이 짙게 배어나는데,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장면들에 주목함으로써 삶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그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살아서 입지 못하는 황홀한 옷 한 벌 저승 가는 길을 꼼꼼히 재단해 이제야 나를 위해 떳떳하게 나를 입어 보는 것 스스로 입지 못하는 생애의 끝 한 벌 입는 거야 매일같이 시작되는 하루를 내 손으로 갈아입지만 벗었던 세월만큼 주름진 길 그 길을 세상 밖에서 지우는 화려한 복화술 거울의 눈치를 살폈던 관절 마디를 섞어서 내가 안 보일 때까지 나를 반죽해 줘 손댈 수 없을 때까지 후끈 달구어지면 내 몸도 이렇게 눈부신 뜨거움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 「유쾌한 치킨」 부분 「유쾌한 치킨」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의 하나인 ‘치킨’으로써 인간 삶의 야만성을 찔러 댄다. 이 시의 화자는 알몸으로 튀겨져 인간들의 식탁 위에 올려질 치킨인데, 인간들의 무지막지한 탐식욕의 희생양이 되어 지상에서의 짧은 삶을 마감하게 된 치킨의 마지막 반어적 야유, “내 몸도 이렇게 눈부신 뜨거움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라는 말은 자본주의 시대 속 인간의 단말마처럼 여겨져서 섬뜩함을 안겨 준다. 철수세미는 사물을 읽는 몸이다. 철수가 손을 쓸 때 입을 여는 세미 거칠거칠한 손은 입보다 가볍게 얽히고설킨 입은 손보다 무겁게 철수세미의 익숙한 수화로 저녁에 붙은 반점을 닦아 낸다. 꽉 다문 벙어리 저린 가슴에서 웅크린 윤기가 뽀드득뽀드득 빠져 나온다. 궁금증의 뒤꿈치를 내려놓으며 소금기 빠진 밤이 달팽이처럼 지나간다. 발 디딜 틈 없이 비릿한 하수구에 들어찬다. 바람이 드나드는 맨얼굴로 아미타불 빛나는 철수세미 능청스럽게도 너무 아프게 붙어 있다. ― 「철수세미」 전문 이 병든 세계의 일상을, 철수세미처럼 사물들을 몸으로 겪어 가듯 살아가는 시인의 생활은 버라이어티로 넘치면서도 위태롭다. 일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그는 언제나 굴신과 굴욕을 감수해야 하고, 사랑을 원하지만 미움과 질시가 들끓는 거리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웃음, 야유와 유머로 세계를 견뎌 나가려 하지만 하루하루의 삶은 ‘견고한’ 오물들을 닦아 내느라 철수세미의 몸뚱이가 해져 버리듯 피투성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얼룩져 간다. 『밤은 밤을 열면서』는 이처럼 지금 세계가 병들어 있음을 뼈아프게 느끼며 자신의 삶을 질료 삼아 몸으로 겪어 나가는 한 시인의 정신적 풍경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삶 주변에 널린 사물들, 물상들 속에서 그것들의 외관, 그것들이 피워 내는 냄새, 그것들의 황폐한 존재 방식으로부터 자신이 살아가며 견뎌 내는 세계를 처절하게 인식하며, 맞부딪혀 나아간다. 그 처절한 인식과 항거의 몸짓이 바로 이 시집의 제목 ‘밤은 밤을 열면서’와 일맥상통하며 닿아 있다. 다음 생애 좋은 곳에서 태어나라 십 년 살다 바다에 묻은 그 애도 그랬다 울음소리 수리도 않은 채 도로를 넘나들며 녹슨 바람에 이는 사월 파도를 태우는 밤은 밤을 열면서 떠돌아다녔다 ― 「폐차」 전문 「폐차」라는 시에서 보듯 ‘밤’이 ‘아침’을 여는 것이 아니라 ‘밤’이 ‘밤’을 연다는 표현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밤은 비록 암흑뿐일지라도, 병(病)투성이일지라도 내일의 밤은 오늘과 다르게 열겠다는 다짐, 의지, 그리고 기대. 권성훈 시인은 그 간절한 희원(希願)을 이번 시집에 녹여 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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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의 유구한 전통에서 단절된 것이 있다면 해학성 혹은 골계미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모순됨을 비웃는 풍자소설은 채만식과 김유정에서 성석제, 김종광 등으로 연면히 이어져 왔는데, 시는 송욱과 전영경 이후에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권성훈의 시는 끊어진 맥을 되살려내면서 유쾌한 해학, 건강한 골계미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의 시의 진정한 가치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인간을 반성케 한다는 점에서 우회적인 사회 비판과 기상천외한 풍자에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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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의 시편들은 파란만장한 생의 굴곡이 육체에 고스란히 부기(附記)되는 현장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에 즐겨 등장하는 장기, 살가죽, 명치, 뼈, 심장, 폐부, 꼬리, 힘줄, 아가리, 혀, 고막, 오장육부, 내장 등은 우리가 세상을 건너갈 때 세계의 측량할 수 없는 힘이 가한 충격을 흡수하는 장소이다. 이때 “나는 숭숭 뚫린 등뼈를 보일 것이다”라는 그의 진술은 이 충격에 즉시 저항하기보다 이를 맞이하는 “누군가의 통점(痛點)”을 헤아리고 살피는 쪽에 선 것이다. 시편들은 통점 안에서 쓰이고 읽힌다. 통점의 시다. 그리고 이러한 통점의 시선을 그는 다시 세계에 돌려준다. “초점조차 닳고 닳아 눈이 멀어가는 수평선”과 같은 자연의 통점들이 인간의 것과 더불어 촘촘하고 드넓게 펼쳐져 있다. - 이수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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