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전전골 모둠전전골은융통성 있는 요리다. 급한 성미 탓에 겉은 타고 속이 설익은 생선전도 보글보글 끓이면 제 맛이 나고, 시든 채소도 전골 속 비린 것들과 조화롭게 섞여 우리가 바라던 딱 그 맛, 시원한 맛을 내어준다. 명절 뒷날 복잡하게 엉킨 가정사도 모둠전전골처럼 융통성 있게 처리하자. 감당 못하는 일 을 두고 속만 태울 게 아니라 손들고 깨끗이 자수하자. 그러면 또
무말랭이밥 완성된 무말랭이밥에 달래간장을 넣어 비비면 나른한 몸이 깨어나는 기분이랄까. 은은하면서도 상큼한 게 무말랭이에서 이런 맛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기품 있다. 끝으로 세상 모든 음식은 저마다 영양소를 지니고 있다. 특정 음식에 빠지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에게 듣던 장소리,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다 일리
짱뚱어탕 몰골이 초췌한 날에 나는 자주 포도나무 집을 찾았다. 보양식이 꼭 필요한 그런 날들.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거나 몇 날 며칠 일이 쫓겨 잤는지 먹었는지 모르겠는 그런 날이면 그 집을 찾곤 했다. 터진 입술에 딱지가 앉거나 눈이 10리는 쑥 들어갈 정도로 지친 날에는 반드시 홍대입구에 내려서 서교호텔 뒤편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모르게 숨겨둔 애인을 찾
프랑스식 후식 소로베 &숭늉 드물게 불고기와 빨갛게 양념한 더덕, 생선이 석쇠에서 노릇노릇 구워져도 여자들의 상엔 그것들이 오르지 않았다. 일종의 예의인 듯 할머니와 아버지, 큰아버지가 자신의 몫을 덜어내어 점잖게 물려주면 우리는 그것 맛보기도 전에 벌써 그 향에 반해버렸다. 장작의 화력에 취한 생선과 불고기의 끄트머리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던 지방의 풍미, 맹금같이
메기매운탕 10월 스무아흐레, 남도의 단풍은 아직 들지 않았다. 계집아이 귀빝머리만큼이나 될까. 약 올리듯 산기슭 아랫부분만 불그레하다. 갓길에 차를 대고 단풍잎 하날 주워보니 군데군데 먹 점 같은 게 박혀 있다. 공연히 언찮아진 심사를 다독이며 장성으로 향했다. --------------------- ----------------------------- ----------------------------- 두툼한 메기 살은
올갱잇국 꼭 이맘때부터 8월까지, 들판에서 일하던 마을 사람들은 밤이 되면 삼삼오오 새다리 밑으로 모여들었다. 칭얼대는 어린것에게 젖을 물린 아낙은 긴긴 숨을 토해내며 그 밤에야 등을 곧게 폈고, 사내들은 손전등을 켠 채 냇물에서 올갱이를 훑으며 하루의 땀을 씻었다. 올갱이는 야행성이라 밤이면 돌 틈에 새까맣게 붙어 있다. 뜨거운 쑥불에서 불티가 날고 반딧불이의 분주한
참두릅 야생 참두릅 가운데서도 첫물 두릅의 향은 말할 수 없이 신비롭다. 그럴 뭐라고 표현할까? 쨍한 여름날, 별안간 하늘이 컴컴지고 뒤란 대숲으로 심상찮은 바람이 불어올 때면 뒤따라 느껴지던 묵직한 솔향기, 기어이 마당에 소나기가 후드득 떨어지면 풀썩 올라오던 흙냄새. 비를 품은 대와 소나무의 향 그리고 흙냄새, 그 세 가지가 조화롭게 섞인 것이 두릅의 향기이다.
가죽자반 내가 가죽자반과 처음 대면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학굘ㄹ 마치고 집에 오니 평소에 못 보던 것이 빨랫줄에 줄줄이 걸려 있는게 아닌가. 두릅보다 크고 시레기보다는 작은, 정체불명의 실물이 붉디붉은 찹살풀을 덮어쓴 채 마당에서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 겉면이 반질반질한 게 맛나 보여서 한 입에 넣었더니 오, 신이란 맛의 세계라니! 첫맛은 달고, 쓴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