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친 누군가 있다면 그녀를 만나면 된다.
그리는 사람은 그림에 담기고, 쓰는 사람은 글에 비친다. 그래서 그림과 글은 감추어지지 않는다. 그리는 일도 쓰는 일도 자신의 심연을 끝없이 들여다보는 일. 내가 못나고 미워서 괴로울 적도 있지만 그런 나를 맞닥뜨리고 눈을 마주치고 힘겹게 껴안아본 사람은 안다. 나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첫 사람은 바로 나라는 걸.
박윤경 작가를 처음 보았을 때 있는 듯 없는 듯, 그게 편한 사람 같았다. 알고 보니 평생을 그리 살았다. 하지만 착하고 예쁜 중년이 된 그녀에겐 더 이상 있는 듯 없는 듯 살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그 결기는 매일 그리는 그림이었다. 그림은 처음엔 주체할 수 없는 나의 이야기에서 점차 알을 깨고 세상을 향한 다정한 말들로 채워져갔다. 나의 존재 찾기로 시작된 그림이었지만 착하고 예쁜 본질은 어디 가지 않는다.
박윤경 작가의 첫 개인전을 보았고 첫 책을 읽었다. 그녀의 미소와 그림들과 글이 신기하리만치 닮아있다. 조곤조곤 속삭이고, 처진 어깨를 다독이고, 가만가만 어루만져준다. 자신은 힘들다는 말 한마디를 못 해 번아웃이 왔으면서, 자기처럼 되지 말라고 그러면 안 된다고, 아예 이런저런 방법까지 다 풀어놨다.
나 또한 늘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모두 창작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길어 올려 그것을 쓰고 그릴 때 비로소 나로 산다. 박윤경 작가처럼 날아도, 날지 않아도 모든 삶은 나의 선택이고 자유라는 걸 깨닫는다. 지금 지친 누군가 있다면 그녀를 만나면 된다. 말수는 적지만 그림과 글 속에 뜨거운 진심이 다 들어있다. 당장 내일부터 그림일기 그리기를 시작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