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장자연 사건과, 사건의 증언자인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 과정을 집요하게 쫓아가면서, 이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쟁점과 논쟁들의 거의 모든 매듭들을 다룬다. 그 매듭의 이음새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증언자 윤지오가 어떻게 오해받고 지탄받았으며, 결국에는 추방당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윤지오를 둘러싼 가짜진실들이 변형·재생산되면서 수렴되는 지점이 어디인지,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이들이 누구였는지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저자의 가족주의와 가족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은 특히 날카롭고 성찰적이다. 고인의 이후 시간에 대해 그 가족이 신적 권력과도 같은 자격을 갖는 것은 과연 옳은가. 가족 중심의 이 철벽같은 사회적 믿음체계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 결정적인 장해 요인이었다는 주장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이러한 가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체제 재생산에 얼마나 절대적인 기여를 하는지, 그로 인해 누가 무엇을 얻는지, 그 믿음에 어떻게 균열을 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를, 증언자에 대한 오랜 연대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걸어오는 말을 듣고 이어 말하고 다시 말하기. 기록하고 사유하고 철학하기. 철학이라는 학문이 철학-하기의 행위가 될 때, 철학은 비로소 자신의 좌표를 찾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