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체, 매혹적인 소재, 흥미로운 사건, 매력적인 인물, 강렬한 연출…. 이 모든 것들 중 단 하나만 잘 만들어낼 수 있어도 좋은 작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반-바지.’ 작가는 그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도 잘 해낸다. 그의 작품에는 그 자체로 경이감이 있다. 아니, 어떻게 한 사람이 이토록 잘해낼 수 있냐고. ‘반-바지.’야말로 우리 우주의 재능을 분배하는 어떤 법칙이 잘못 작동해서 만들어진 특이점 아닌가 싶은 경이감.
독자 여러분이 그의 작품을 읽는다면 내가 한 말에 일말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이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나는 두 가지의 장점을 집어내 찬사를 보내기로 한다. 반바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만화라는 형식을 가지고 논다. 2차원의 연속된 그림들로 이루어지는 만화라는 형식을 반바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틀고, 그 뒤틂으로 서사를 만들어나간다. 동시에, 그는 지독히도 훌륭한 사고실험자다. 세상의 법칙을 가지고 놀고, 그 법칙의 전환으로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인간성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반바지는 정말로 이야기를 통해 신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는 오랫동안 위대한 SF 만화들을 그려왔고, 수많은 한국 SF 독자와 작가들이 그 영향을 받아왔다. 나는 이토록 부족한 찬사라도 쓸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큰 성공으로 느껴진다. 당신도 이제 그 영향을 받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