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이 단 하나의 문장을, 스타카토와 크레셴도를 곳곳에 넣어가며 읽어야 할 것이다. 청록색 화폭을 앞에 둔 ‘나’의 붓은 육체와 영혼을, 그것의 활력과 무력을, 떨림과 요동을, 에고와 이드 혹은 의식과 무의식을, 환희와 공포를, 이성과 광기를, 삶과 죽음 등을 모두 포착하려는 욕망과 무기력으로 가득하다. 내면의 폭풍우가 칠 때, 문장은 저처럼 문법 바깥으로 나가려는 힘으로, 휘몰아치는 정동으로 충만해진다. 체계의 와해는 정신의 붕괴다. 문법의 파괴는 이성의 소실이다. (…) 이 들썩임―붕괴 직전까지 이르렀다가, 탈진한 채 돌아오는―에서 소설은 정동의 힘에 의한 회복과 통일을 성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