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중요하진’ 않더라도 ‘대단할’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삶이 ‘중요하다’고 논하기에 앞서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다. 냉철하게 설계되고 정교하게 조율된 편혜영의 소설에서 드물게 삶에 대한 감탄이 있다면, 그것은 심오한 사상, 거창한 말, 뛰어난 소수가 아니라 사소한 기억, 매일의 노동,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온다.
기후 위기와 계급 갈등이라는 두 기둥이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이 소설을 생태주의 SF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정말 묻고 있는 것은 우리 삶에 대한 질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 생존을 위한 경쟁, 계급에 따른 차별로 무참히 붕괴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서로에게 분리주의의 칼날을 겨누어도 새롭게 피어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 질문들을 지적인 구도로 성실하게 제기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시적인 이미지로 아름답게 구현하는 데 이른다. 개인적으로 상어가 느릿한 움직임으로 바다를 유영하는 첫 장면에서 이미 이 소설에 매혹된 것 같다. 거대하고 어지러운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위험한 운명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면서도 자유로운 생명의 리듬을 잃지 않는 존재. 이 이미지가 파괴와 재생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생명의 아름다움을 놓지 않는 소설의 정서를 관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