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듯이 우리의 삶도 언젠가 끝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관심은 잘 사는 것에 머문다. 죽음은 멀고, 어둡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시간을 염려한다. 앞으로 20년쯤 뒤에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병원에 있을까? 아니면 이 세상을 떠났을까?
작가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노년에 접어든 어머니를 통해 자신의 일생을 읽는다. 가족의 일상에서 장수시대의 효, 노화, 죽음을 만난다. 모녀 3대가 겪는 사소한 사건은 미래의 그 어느 날로 안내한다. 늙음과 죽음을 사색하는 시간은 이 책의 독자를 위한 선물이다.
죽음이 무겁듯 죽음에 관한 책은 무겁다. 사회적, 윤리적, 철학적 의미를 담는 데 열중해서다. 만나고 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죽음인데, 읽기마저 쉽지 않다. 웰다잉 강사이며, 40대 딸이 터놓는 죽음 이야기는 다르다. 맑고 밝다. 시선은 따뜻하고 글은 편안하다. 죽음준비의 기본 요건인 삶의 정리, 연명의료, 장례까지 내용도 알차게 채웠다. 5월처럼 포근한 목소리로 언젠가 맞아야 할 이별준비를 속삭인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언젠가 없어질 것이기에 더욱 소중한 삶이 오롯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