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기찬 날』, 『기계라도 따뜻하게』, 『은근히 즐거운』,『내일은 희망이 아니다』, 『자갈자갈』 등이 있고, 시산문집으로 『미안하다』가 있다. 201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21년 제7회 경남작가상을 받았다.
시인이 살아 있어야 그 사회가 살아 있다고 한다. 생물학적 삶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시인의 가슴은 따뜻하고 머리는 냉철한지 모른다. 허영옥 시인의 시집을 펼치고 시인이 걷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집 안과 집 밖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사이에 오손도손 애틋한 감정을 쏟아내며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무엇보다 삶의 질서를 깨트리는 인간들의 무자비한 살육이 있는가 하면, 눈앞에 재앙으로 닥칠 지구의 앞날이 보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삶이 주는 행복을 맛보게도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시집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살아 있는 감정의 파노라마를 타고 울다가 웃다가 깜짝 놀라기도 하는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정은호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든 애틋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청매실이나 ‘가을걷이 끝’난 들판, ‘저 맑고 파란하늘’이나 ‘목백일홍, 빨간장미, 봉선화, 진달래, 동백, 고향 가는 길’마저 애틋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의 애틋한 마음 끝에는 연로하신 부모님과 단단하게 ‘어디 한 곳 뿌리내리지 못하는’ 아우들이 있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공장을 전전한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시집 곳곳에는 애틋한 시선들이 모여 따뜻함을 길어 올리고 있다. 줄어든 일거리 앞에 “월급은 줄어도 공장 밖으로/동료들 단 한 명도 나가지 않았다”며 ‘고맙다’고 말하는 그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따뜻하지 않은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