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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십니까
양장
표성배
수우당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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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봄이면
동굴은 끝이 없다
물어볼 데가 없다
하늘은 누구의 하늘이 아니다
공장을 사랑하고부터
알 수 없어요
휘이― 휘파람을 불어요
참 멀리 왔다
첫 출근하던 날
희망퇴직을 한 선배가 쓰던 기계 앞에서
종쳤다
쓰러지면 표적이 아니다
말매미
고철 통에 버려지는 근육질의 시간
당신은 누구십니까 1
당신은 누구십니까 2
봄여름가을겨울
꽃 무덤
삼 년 고개

제2부

사랑한다는 말 1
하늘 고드름
애들이 어찌 자랐는지 몰라요
초인종은 눌러야 소리가 납니다
시간이 뚝 부러졌다
당산나무
노동과 자본
시와 자본주의
생각의 끝은
이 어처구니
눈물 냄새
당신은 무슨 빛깔입니까
아버지
심부
제 기도를 누가 들어나 줄까요
밥은 평등하다
밥은 가혹하다
이슬 떨어지는 소리에
빼앗긴 내일
사랑한다는 말 2

제3부

감자꽃이 피었다
이런 가을조차
늘 하던 대로가 신통찮을 때
이런 날이면
작심삼일
신의 탄생
전보
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은 시작된다
새가 날 수 있는 것은 별 때문이다
별을 보며 꿈꾸던 시절은 없다
그냥 그리워하자
바람의 길
어떤 시절에는 당신의 손이 필요하다
담쟁이
마찌꼬바 거리
나도 혁명을 꿈꾼 적 있다
난청
평화

제4부

평화시장
아― 대한민국
원초적인 말
별은 모래별 바람은 모래바람
일제히 일어서는 저 삐삐 꽃들
시소
사월 지리산
휘리릭
한 세기의 끝에서 1
한 세기의 끝에서 2
빛고을 순례길
마산
사쿠라
참 이상도 하지
장복산
마산수출자유지역
꿈은 슬프다

일곱 시인의 일곱 이야기

저자 소개 1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기찬 날』, 『기계라도 따뜻하게』, 『은근히 즐거운』,『내일은 희망이 아니다』, 『자갈자갈』 등이 있고, 시산문집으로 『미안하다』가 있다. 201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21년 제7회 경남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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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14쪽 | 128*210*20mm
ISBN13
9791191906189

책 속으로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알몸이었다 그 푸른 가슴에 안겼을 때도 그는 알몸이었다 내가 그의 품속에서 내일을 꿈꾸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알몸이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알몸인 (그럼, 그동안, 내가 꾼 꿈은 어디로 갔나) 그는 여전히 알몸인데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공장을 사랑하고부터」중에서

픽─ 쓰러지듯 누워서는 무슨 꿈 꿀까 (무슨 꿈이라도 꾸고 있을까) 나무 그늘이 짧아 발목을 내놓고 잠들어 있는, 아니, 아니 언제라도 박차고 일어나 망치를 들고 수출 탑을 더 높이 높이 쌓겠다는 듯 꿈틀거리는 (저 푸른 힘줄 좀 봐) 점심시간이면 나무 그늘에 종이상자를 깔고 누워 습관처럼 내일을 꿈꾸기에 바쁜, 바쁜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1」중에서

사실 한 두려움이 끝나면 다른 두려움 앞에 서 있었다 봄 햇살마저 지나치는 가난한 골목이 전부였던 시간, 내 마음에는 무슨 간절함으로 꽉 차 있었나 (해고자를 복직시켜 주세요 고용안정을 바랍니다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게 해 주세요 노동자가 가슴 뿌듯한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도 노동자는 눈앞에 낚싯바늘을 둔 물고기처럼 위태위태한 시간입니다
---「제 기도를 누가 들어나 줄까요」중에서

세월은 왜 가기만 하고 다시 오지 않는가 사람의 역사와 함께 진리가 되어버린 말들이 부초처럼 떠돌고 있다 집 밖에 나와 개처럼 긴 하품을 하는 동안에도 전화기는 쉴 새 없이 복음을 뱉어내느라 바쁘다 (대문 밖은 위험합니다 가족도 조심하세요) 기쁨을 기쁨이게 하는 말씀은 이제 없다 천당도 지옥도 말 한마디로 거침없이 만들고 지웠지만, 예수도 부처도 전염병은 어쩌지 못한다니 과학을 신봉하라 또, 하나의 신이 탄생하고 있다
---「신의 탄생」중에서

한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왔다 갔다 얼마나 더 있어야 엄마가 올까 나는 엄마처럼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 (다짐하는 사이)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세기의 끝, 한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한 세기의 끝에서 1」중에서

출판사 리뷰

수우당 시인선 열 번째 시집으로 표성배 시인의 열 번째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가 출간되었다. 시집은 총 4부로 나눠어 있고, 7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시집 뒤에 덧붙이는 ‘해설’이나 ‘시인의 산문’ 대신 표성배 시인과 함께 활동하는 〈객토문학동인〉들이 시집을 읽고 각자의 시각을 짧은 산문 형식으로 덧붙여 놓았다. 이는 이 시집을 읽는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을 제공하고, 시집 속으로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시인의 배려라고 해도 되겠다.

표성배 시인은 첫 공장 생활을 시작한 1979년, 열다섯 살 적부터 정년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공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공장에서의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 그의 삶이 되었다. 그는 그런 삶의 틀 속에서 시를 쓰고, 불합리한 노동 현실을 바꿔내고자 머리띠를 묶기도 하고, 시인으로서 시를 써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그가 쓴 시를 읽다 보면 노동 현장에서 함께 부대끼는 동료들 애틋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는 시를 읽는 대부분의 독자 역시 노동자 이거나 가족 중 누군가는 노동자로 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시가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이지 않나 한다.

표성배 시인은 이번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형식을 선보이는데 이는 짧은 산문 형식이지만, 지문(괄호)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건네기도 한다. 특히 시집 제목인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시를 읽으면 이 땅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심지어 천만이 넘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를 대변해 주는 시장이나 도지사 국회의원조차 선출해 내지 못하는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고 있다. 이 시를 곰곰이 읽고 깊이 생각해 보면 이런 현실이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왜’라는 물음을 이 땅 노동자에게 던지고 있다. 이는 표성배 시인이 열권이라는 시집을 내면서 줄곧 노동자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소회인지도 모른다.

추천평

하룻밤에 여우가 복새(구르기)를 세 번 넘으니 무덤이 열리고 여우는 사람으로 변했다. 여기 노동의 여우가 복새(구르기)를 넘고 있다. 꿈쩍도 하지 않던 노동의 본질이 무지개로 떴다가 소낙비로 내린다. 그건 기승전결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무지개 위를 걸어서 땅 위로 내려서는 노동의 원형은 예측 불가다. 노동은 언제나 땅 위에서 뻘뻘 땅만 보았고, 하늘은 무시로 무지개를 그렸지만, 축복이 없었으므로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세울 수 없었던 신기루에 못을 탕탕 박으며 노동을 붙들고 놓지를 않았다.

다시 태어난 노동은 이미 태곳적부터 존재하던 어미 자궁 속의 유영에서 시작되었고, 경주하던 올챙이 떼에서 시작되었건만 누가 노동을 우리들의 몫이라고 못 박았는가? 생의 본질이 노동인데 누가 우리에게 망치를 쥐어주었나? 호미질 괭이질에 못 박힌 노동에 바람처럼 불어서 니들의 머릿속으로 진입하라고 호통이 아니라 저.으.기. 누르는 눈빛으로 일타를 날렸다. 쓰읍! 방울뱀 소리를 내며 그가 일별한다. 노동자 너는 바로 너야! 너라니까? - 박덕선 (시인)
표성배의 시집에는 손짓과 교감의 장치로 설치해 놓은 괄호( )에 눈이 걸리거나 생각이 맴돌도록 화두 대신 기호로 독자들에게 덫을 던져 놓았다. 수학 풀이에서 괄호 안의 수부터 먼저 계산하는 공식을 생각해본다면, 괄호 안에 담은 단어와 문장이 시 한 편의 초점이고 골자가 될 수도 있고, 시인의 속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노동자가 없는 자본주의는 있을 수 없지만, 이 사회의 주춧돌이라고 할 노동자의 삶은 갈수록 나락이다. 이런 노동자 곁을 지키는 몇 안 되는 시인 중 한 명이 표성배 시인이다. 그런 시인이 묻고 있다. 일 년짜리 계약서에 서명하고도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계약직 노동자에게도,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된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도 당신은 누구냐고. 정말, 당신은 누구냐고, 이 시집을 읽다 보면 화두 같은 이 질문 앞에 숨이 턱 막힌다. 정말 나는 누구인가 - 일곱 시인의 일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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