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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탱자나무 가시 사이로 내 몸을 비추고 있었다
양장
김성대
수우당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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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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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1964년 마산에서 출생하여, 2015년 [경남작가] 27호에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경남작가’와 ‘객토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 제 1회 ‘부마민주항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첫 시집 『나에게 묻는다』(수우당, 2021)에 이어 두 번째 시집 『햇살이 탱자나무 가시 사이로 내 몸을 비추고 있었다』(수우당, 2025) 등을 내었다. 시인은 자연친화적 심성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더불어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작가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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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30*210*20mm
ISBN13
9791191906448

책 속으로

뚝심
-부추

베어봐라
내가 안 돋아나나

또 베어봐라
내가 고개 안 드나

싹둑 잘라봐라
그런다고 꽃 안 피우나

스스로 쇠 구조물에 몸을 가둔
저 노동자를 봐라
--- 「뚝심」 중에서

생긴 것이 수염 같기도 하고
여인의 머릿결 같기도 하다
산거웃이나 산거울이라고도 불리는,
거웃싸라기풀
하찮은 듯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아도
절개지 비탈면에서 깎여 나가는 흙을
온몸으로 붙잡고 있다
외줄에 매달려 일하는 고층 도색 노동자처럼
하루하루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도
이곳을 떠날 수 없다
---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중에서

그령을 보면
동무들 모르게 풀잎 묶어
발이 걸려 넘어지도록,
어릴 때 장난친 기억들이 떠올라요
그 질긴 풀잎에
고운 이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여름이면 고깔꽃차례로
꽃이 핀다는 것도
왜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요
그러고 보니 그령처럼
수수하지만 꽃이삭 반짝이는 당신이
늘 내 곁에서 빛난다는 것을
예순이 넘도록 모르고 살았으니
참 무심한 남편입니다
--- 「그령처럼 반짝이는 당신」 중에서

얼굴 아슴푸레한 아버지와 탱자나무 가시로 다슬기 꺼내 먹던 때가 있었다 나이 들어 그 나무가 남을 찌르려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내 안의 가시가 부끄러웠다 가난한 사람들 울타리가 되고 작은 새들 둥지 되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온몸에 가시를 달고도 그윽한 꽃향기 퍼뜨려 뭇 생명들에게 삶의 활력 주는 것을 알았을 때 더욱 부끄러웠다 노랗게 익은 지각(枳殼)의 신맛 앞에서 오늘에야 깨닫고는 뱃속에서 꺼이꺼이 목놓아 울던 것을 그쳤다 햇살이 탱자나무 가시 사이로 내 몸을 비추고 있었다
--- 「탱자나무 가시」 중에서

이름 한 번 요란타 도깨비라
예부터 도깨비는 우리네 친구라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
온 들판을 제 집처럼 들쑤시고 다니나

일흔 두 해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휴전선 철망처럼 몸서리치는 가시,
다 걷어내고 싶은데

누가 또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가시를 곧추세우나
--- 「도깨비가지」 중에서

거제 노자산에서
붉은 줄무늬 뚜렷한 꽃이 피는
대흥란이 사라진다면
멸종 위기종인 너까지 사라진다면
인간이 살아갈 이 땅에
그 무엇이 살아남을까
코끼리새가 사라지고
인간이 멸종으로 내몬 디프로토돈처럼
케이블카, 채석장에다 골프장 건설로
멸종 위기종인 팔색조가 사라지고
끝내 대흥란마저 사라진다면
생물종 다양성을 파괴하는
자본의 타락을 심판하려고
이 땅에 대홍수가 오는 날,
더 이상 노아의 방주는 없다

--- 「끝내 대흥란마저 사라진다면」 중에서

출판사 리뷰

1부에서는 「점나도 나물」 등 더 작은 것들을, 더 힘든 것들을 봐주지 못하는 우리에게 희디흰 연서를 날리고 있다.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것들 중 뜨겁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빛나지 않은 삶은 또 어디 있을까? 묻고 있다.

2부에서는 「쥐꼬리망초」 등 아무리 깊은 어둠이 세상을 뒤덮어도 떠나지 않고 지켜낼 가슴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모래밭에 앉아 꽃 한 송이에 빠져있는 작가의 모습을 발견한다.

3부에서는 「꿩의바람꽃」 등 작가에게 있어서 한 포기 들풀은 하나의 생명을 넘어서서 사랑의 대상임을, 그 생명이 어떤 모양이든 어떤 상태이든 생명 그자체로서 존재적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4부에서 작가는 ‘이팝나무’에서 소성리의 할머니들을 ‘하늘말나리’에서 세월호와 하늘이를, ‘차나무’에서 집배 노동자 김진근을, ‘예덕나무’에서 푸른내서주민회를, ‘개서어나무’에서 근육질의 철골작업 노동자를 불러내면서, 한결같은 이웃에서부터 먼먼 과거의 별이 된 그들까지 우리는 이 시공간을 누리는 공동체임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모든 생명 가진 것들에 대한 경외심으로 자화상을 써내려갔다. 그의 정서적 탯줄은 땅이자 엄마이고 아내이며 숲이다. 그의 세계관에는 나에서 우리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품고 있다.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아마 식물도감 한 권씩 끼고 앉아 그와의 들과 숲 사랑에 참여할 것이다. 더불어 더불어서 높낮이보다 가슴 넓이를 재는 생태적 인류로 전환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길 위에 설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풀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에 가슴을 묻고 나직 나직 이름을 불러주며 자화상을 그려갈 것이다. 어쩌면 기후변화 환경재앙의 시대를 현명하게 건너갈 해법을 저 숲으로부터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더불어 숲이 되면 작가는 짙은 그늘 드리운 산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산이 되어 가는 길을 안내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꽃의 시인 김성대가 우리 숲을 잘 살펴주기를 기대한다.(박덕선 시인 ‘발문’ 중에서)

시인의 말


어느 날 보잘것없다는 벼룩이자리 싹을 봤습니다. 왜 보잘것없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볼수록 미안해졌습니다.

무심코 던지는 독버섯이라는 말에 그 버섯이 충격으로 기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오히려 내 안에 까치독사처럼 무서운 독이 있지는 않은지, 내가 살아온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차도 따뜻한 것이 좋아지고, 말 한마디도 따뜻한 말을 듣고 싶고, 사람도 따뜻한 사람이 자꾸만 그리워집니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심지어 어둠이 내려도 함께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숲이 되어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담아 이 시집을 지었습니다.

2025년 여름, 김성대

추천평

김성대 시인은 들풀과 야생화, 숲속의 나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시인입니다. 그 이야기 속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네 삶의 방향을 일러주며, 혼자만 잘사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참다운 세상을 열고 있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들판과 산천의 풀 한 포기와 숲의 나무들을 시인은 내 이웃을 대하듯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그 풀꽃 하나하나를 늘 산과 들을 거닐며 낮은 곳에서 피워내는 참다운 삶의 길을 속삭여 줍니다. - 정은호 (시인)
김성대 시인의 시를 읽으며 몇 해 전 마산 봉암수원지 초입에서 만났던 산거웃을 떠올렸다. 비탈에 흙을 붙들고 있는 흔하디흔한 풀이 비탈면의 침식을 방지하고 자연의 거름으로 살아간다고 했던 시인의 목소리를 기억해 내며, 그때 나를 향해 던졌던 질문을 다시 꺼내보았다. 이처럼 시인의 시는 생활 자체의 형식에 집중하여 쓴 깨달음이어서 나를 만나게 하고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지금 여기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천착하여 엮어내는 다양한 존재의 어우러짐은 우리 삶에,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인의 육성이다. 지천으로 나고 피고 지는 풀꽃, 이들 생명에서 깨달은 진리를 그만의 방식으로 진정성 있게 형상화한 시에서 김성대 시인의 삶의 결을 보게도 된다. 평소 시인이 보여주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생명을 소중히 다루는 태도는 이처럼 단단한 언어로 살아나 우리 삶에 질문을 던진다. - 박종순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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