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 모처럼 휴가를 내어 아이들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주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였지만 ‘김재흠 참사관님’이라고 적힌 발신자 표시를 보자니 금세 늘 맑고도 진지함이 가득했던 그의 얼굴이 환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이메일을 통해 전달받은 한 권의 책! 『골프를 잃고 세상을 얻다』 (출간 전의 원고 제목)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이 책은 지구별에 사는 어느 순수한 사나이가 어떻게 세 번의 운명적인 사랑을 하였고, 그중에서도 세 번째 운명이었던 영어라는 대상에 어떻게 다가가고, 결국 그와 깊디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실 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내가 법관으로서 재판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사법정책을 연구하는 사법정책심의관으로 대법원(법원행정처)에서 일할 때 OECD를 방문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때는 내가 나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 설레며 일하던 때였고, 국제기구를 상대로 논리력으로서 그들을 설득하여 무척이나 뿌듯한 성과를 내었던 때이기도 하다. 사실 그 모든 것이, 이 책에 소상히 소개되어 있듯이 그가 부지런히 그곳의 PM들과 신뢰를 쌓아두었기에 가능하였다. 이 책에 그때의 일이 과분하게 소개되어 쑥스럽지만, 그 일을 마치고 그와 함께 센 강 인근 횟집에서 먹었던 생선회와 소주는 나의 ‘인생 디너’가 되어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어 있다. 그가 인용한 공자님의 말씀 가운데 이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논어의 구절이 있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알기만 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과 같을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과 같을 수 없다.)
영어가 맹목적으로 배워야 할 외국의 언어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즐거움을 주는 도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깊이 깨닫고, 그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며, 심지어 그와 ‘사랑에 빠져버리는’ 그가 바로 위 말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비단 ‘영어’라는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도전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이 세상의 많은 이에게 깊은 영감과 신선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분명, 이 책에서 그가 이루고 싶다고 한 일들이 머지않아 또 한 편의 역사로 확인되리라는 것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