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거제도 유자를 찾아보았다. 거제 유자는 남해안의 강한 해풍을 오래 맞아 향이 짙고 껍질이 두껍다. 바람이 거셀수록 유자는 수분을 잃지 않기 위해 껍질을 더 단단하게 키운다고 한다. 자연스레 이름 대신 ‘유자’라 불리는 유지안이 떠올랐다. 버티며 자라는 존재라는 점에서 어쩌면 인간도 유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안은 한 번 버스를 놓치면 사십 분이나 늦게 되는 외진 곳에서 학교를 다닌다. 친구들은 지안의 등교 시간을 걱정하지만, 그래도 배는 안 타는 게 어디냐고 낄낄거리는 애들도 있다. 걸핏하면 비가 내리고 비가 오지 않아도 바닷바람 탓에 공기는 늘 눅눅하다. 새로운 학교에서 전교 1등은 어림도 없는 데다가 이루고 싶은 꿈도 없고, 김해민과는 좀처럼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며, 수영에게는 비밀이 늘어 간다.
김지현 작가는 지안뿐 아니라 지안을 둘러싼 인물들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수영도 해민도 혜현도 그리고 지안도 흔들리는 이유는 사실 하나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나’가 되고 싶은 마음. 머리를 자르고, 이름을 바꾸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는, 누구나 한 번쯤 비밀스럽게 품어 본 그 열망 말이다. 유지안은 ‘유자’라는 별명을 싫어할지 몰라도, 나는 유지안을 보면 도리 없이 거제 유자가 떠오른다. 지안의 모습은 성장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을 버티는 일임을 보여 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