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쯤 늦게 건넨 카네이션, 시간의 마디를 견딘 어머니의 일기장 속 비뚤비뚤한 손글씨, 첫 월급봉투와 마지막 급여 사이를 흐른 세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풍경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원고를 읽는 동안 깊은 강물이 마련해 둔 “비밀스러운 장소에 초대된 기분”(「동강의 새벽처럼」)이 들었다.
정선 가수리마을을 오랜 세월 지켜온 늙은 느티나무가 되어 동강의 푸른 물줄기를 굽어보듯 문장들은 나직이 묻는다.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흘려보냈을까.”
최상훈은 오래 바라본다. 책에 함께 실린 연필화들 또한 그러한 시선의 흔적이다. 사각거리는 연필 끝으로 풍경을 담아내듯, 그는 오래 머문 눈길로 남겨진 사랑을 읽어낸다. 그의 시선은 늘 무언가 떠나간 빈자리를 향하지만, 그곳은 상실이 아닌 충만의 자리다. 그가 발견한 빈자리는 “늦게 도착한 마음 위에서 더 크고 환하게 피는 꽃”(「카네이션은 하루 늦게 피었다」)이 된다.
그의 첫 수필집 『그래도 행복했다』는 그 꽃들이 건네는 삶의 온기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