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에서 카메라 뒤로 자리를 옮긴 배우 출신 감독. 단편 <자유연기>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미쟝센 단편영화제 등에서 작품상, 감독상, 관객상을 받았고, 첫 장편 <82년생 김지영>으로 백상예술대상과 춘사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6년 만의 두 번째 장편 <만약에 우리>에서는 배우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글이 아니라 말이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한 편의 각본을 현장의 영화로 만들었다.
책을 받자마자 밤새도록 읽었다. 문장들이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고 들어왔다. 나는 이 책 안의 인물들을 잘 알고 있다. 낯선 곳에서 혹은 익숙한 곳에서 내가 만났고 내가 사랑했고 내가 외면했던 사람들이자 나 자신이었다. 그들의 심장에 머리에 자궁에 팔다리에 나 있는 검고 깊은 구멍들은 심연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입안의 모래알 같은 그 씁쓸하고 서걱거리는 구멍들을 음미하다 해가 떠올랐다. 문득 나는 내 가슴에도 작은 구멍이 나 있음을 눈치챘다. 오랫동안 덮어놓고 잊어버렸던 그 구멍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