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수의 소설은 선을 베풀 수 있는 위치 역시 누군가에겐 노력해도 누릴 수 없는 꿈같은 자리임을 직시하게 한다. 따분하다 싶게 익숙한 악행과 자잘하게 서로를 죽이는 거짓이 이어지는 지리멸렬한 세계를 송곳으로 아프게 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수가 각인하려는 것은 살아 내는 이야기인 듯하다. 가까스로 착하게 되는, 착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의 생존기 말이다. 이서수는 혼란 속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절망 섞인 고요함을 쓰다듬으며, 옅은 숨으로 빌어 준다. 잔혹한 복수(復讐)를 꿈꾸기보다 구덩이로 내쳐진 우리가 복수(複數)임을 알아보기를. 애써 지켜 낸 선의가 세계의 민낯보다 언제나 덜 추하다는 진실을 간직하기를. 구멍을 메울 수는 없어도 빈틈없는 포옹엔 주저함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