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만 할까. 『호시절』을 통과하면 이것은 삶에 관한 질문이라기보다 사랑에 관한 한 답변으로 읽힌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 함께 밥을 먹고 길을 걷고 잠을 자고 꿈을 꾼다. 꿈에서조차 나는 ‘함께’의 기쁨과 슬픔을 잊지 못한다.
사랑이 누구에게나 호시절인 것은 그 동안이 기쁨만으로 충만하기 때문은 아니다. 시절이라는 말이 함의하듯 사랑은 어떤 단절을 통해서만 지금 여기에 잇닿아 사랑으로 있다. 꿈은 현실과, 현실은 꿈과 짝을 이룰 때에만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호시절』은 지금 여기에 기꺼이 놓여서 우리의 꿈과 현실을, 꿈의 속과 바깥을 번갈아 보게 한다. 김현의 시는 우리의 꿈에 미달하는 현실의 정도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마침내 도달한 자리에는 꿈과 현실을 단호히 나누며 무심결에 벗겨버린 무수한 꿈의 겉, 꿈의 껍질이 있다.
『호시절』에는 이 세계의 전형과 거리를 두면서도 그 맞은편에 안온하게 있기보다 이편과 저편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까지”(「스노우볼」) 스스로 점선이 되어 구겨지는 존재들이 있다. 어쩌면 그들이 우리가 잃어버렸던 꿈의 외피가 아닐까. 꿈도 깸도 아닌, 꿈이자 현실이기도 한, 어느 결이 만들어내는 겉. 나와 네가 서로를 확인하는 일 또한 어느 결에 서로의 표면이 닿을 때가 아니던가. 그 접촉이 너와 나를 관통하는 시간이 될 때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랑에 관해서”(「장안의 사랑」) 이렇듯 슬프고도 아름다운 몇편의 이야기가 쓰인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읽으며 결과 겉과 곁의 미묘한 겹침을 생각할 때, 분명한 희미함으로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면 참 좋겠다. 그 결에 호시절이 당신 곁에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