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가 흙을 채취하고 주무르고 형상을 빚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이규정 시인에게도 흙은 그의 시의 태반이자 재료로 기능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에서 표면 이미지들은 단지 시간의 변화를 기호화하는 차원을 넘어 시인이 투여한 열정과 땀과 수고를 함유하는, 생동하는 움직임이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하나의 시적 소재를 얻기 위하여 감내했을 고통·안타까움 등이 여실히 담겨 있다. 우리가 허투루 보아 넘기는 사물의 아주 미소한 부분까지 세심히 관찰하면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했거나 다루지 않았던 것을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