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무한한 무중력들 다 날개라는 것
오늬/ 5분의 꼬리/ 나의 카멜레온/ 스테이플러 씨/ 위성접시/ 송끄란/ 유리가장/동사무소 노란 열쇠/ 닭의 문/ 순한 짐승을 따라가다/ 호박의 클라이밍/ 바람모자 /여우자리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 바람의 마술사 2부 물의 궤적은 물고기의 지느러미에서 풀려나온다 발의 설계도에는/ 물거울/ 생일이 없던 겨울/ 눈치가 있는 손/ 카펫 짜는 소녀와 연못 관리인/울음의 지문/ ╂자 드라이버/ 가을 문소리/ 들키는 사과/ 꼬리의 힘/ 컵라면 증세/손이 달리는 풍경/ 버려진 스프링침대/ 달의 부화장 3부 이슬의 눈동자가 되기 위해 양산陽傘/ 공작나비/ 파라솔의 계절/ 쟁반 춤/ 엉킨 하늘/ 나의 대동여지도/내 등이 보인다/ 거룩한 굼벵이/ 빨간 목장갑/ 나의 시간여행/ 미루나무 등/식충食蟲/ 5월의 누淚 / 어둠을 편들고 싶다 4부 저녁노을에 혀를 내민 골목 호두나무 그늘/ 휘어지는 말/ 물의 분수分數/ 허풍버섯/ 산림 소작농/ 노간주나무가 있는 저녁/하늘 전용거울/ 복숭아 웃음/ 칼은 흉터로 기록된다/ 자막으로 빠져나온 노인/ 어떻게 알았을까/ 뻔뻔한 별들/ 저녁의 이해/ 사막을 빌려야겠다 해설 다채로운 감각, 표면은 하나 123 김효숙(문학평론가) |
|
5분 먼저 와 있던 의자가 나를 앉히려 했다 또 5분이 먼저 가 있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5분 늦은 얼굴로 커피를 마시고 바나나를 먹고 풍선을 불었다
--- 「5분의 꼬리」 중에서 묶인 것으로 질서가 된 몸이지만 위아래 각을 맞추는 것은 복종의 의미 자세를 낮추고 하나의 각도와 눈높이로 사열되어 제왕에 예의를 갖추듯 손발을 맞추고 있다 --- 「스테이플러 씨」 중에서 사람들의 문과 닭의 문은 다르다 닭들이 나가는 문은 사람의 손 날갯죽지 잡힌 제 동료가 그 문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은 야만의 사내를 품고 있다 --- 「닭의 문」 중에서 그 짐승을 따라간다는 것 맹독의 뱀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는 것 이 짐승으로부터 달아나는 일은 앞지르는 일 --- 「순한 짐승을 따라가다」 중에서 물을 뜨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을 내 얼굴에 끼얹는다 그 얼굴이 내 얼굴에 흘러내린다 --- 「물거울」 중에서 생일이 한나절인 사람은 저녁노을이 어떻게 편집되고 사라지는지 모른다 웃음이 창문이 되었을 때 햇볕을 갈아 끼워가며 녹지 않은 얼굴을 꿈꿨다 --- 「생일이 없던 겨울」 중에서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는 하늘 폐기시켜야 할 드라이버가 많다 밤이면 별의별 ╂자 드라이버가 다 진열되어 있다 --- 「╂자 드라이버」 중에서 손은 몸에서 가장 춤추고 싶은 곳 물고기를 잡으려 할 때 매번 놓치다 보면 손가락도 시력視力이 생겨 메기의 수염을 읽을 수 있다 --- 「손이 달리는 풍경」 중에서 유리 식탁에서 컵라면을 먹는다 내가 스프링을 먹고 있다 구부러질 대로 구부러진 스프링의 맛 --- 「컵라면 증세 -우울증」 중에서 네가 없으면 생각나지 않은 길들 추억도 아픔도 어느 페이지에 있는지 모른다 --- 「나의 대동여지도」 중에서 물은 멀리서 왔고 우리 집에 와서 돌고 있다 따뜻한 물의 여울은 시든 꽃을 지나고 풀잎 줄기를 지나 굽이굽이 왔을 것이다 저녁노을에 혀를 내민 골목 마당을 지나 내 이불 속으로 들어와 따뜻하게 등을 데워주고 있다 --- 「노간주나무가 있는 저녁」 중에서 사막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부터 눈높이와 귀의 크기가 달라졌다 평방미터 혹은 공지 운운하는 일들은 지워졌다 --- 「사막을 빌려야겠다」 중에서 |
|
마지막 종소리라고 울면서 유적을 남겼는지 모른다
몸이 기억하는 체험들 된서리를 맞고서야 향기가 깊어지는 국화꽃 자신의 몸으로 슬픔을 오므려놓고 울린 간절한 기도 꽃무늬로 더듬어 본 문장들 시집의 꽃향으로 스치길 바랄 뿐이다 2025년 저물어 가는 12월에 이규정 |
|
조각가가 흙을 채취하고 주무르고 형상을 빚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이규정 시인에게도 흙은 그의 시의 태반이자 재료로 기능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에서 표면 이미지들은 단지 시간의 변화를 기호화하는 차원을 넘어 시인이 투여한 열정과 땀과 수고를 함유하는, 생동하는 움직임이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하나의 시적 소재를 얻기 위하여 감내했을 고통·안타까움 등이 여실히 담겨 있다. 우리가 허투루 보아 넘기는 사물의 아주 미소한 부분까지 세심히 관찰하면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했거나 다루지 않았던 것을 묘사한다. - 김효숙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