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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잠들 수 없는 깃털이 돋아나네
무당벌레와 무당벌레/ 밥상머리 은하수/ 꼬리뼈의 행방/ 까마귀발은 절연체/ 영하의 기온/ 혼합 강수/ 낮은 곳의 영광/ 눈 목目/ 가뭄을 구워 먹는 법/ 알랑방귀 미학/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새끼줄 같은 것을 잡고/ 옥수수 수확/ 오한 2부 별빛, 그 시큼하고도 치명적인 도수 노가리 통신/ 달빛 요리/ 밤의 부품이라 생각할게요/ 날개 알리바이/ 꽃잎이 떨어진 줄/ 싸구려 별빛의 도수/ 복날 견종 변경/ 붉은 날개의 궤적/ 한통속이야/ 고니의 국경/ 지글지글, 징글징글/ 달콤한 감전/ 쑥도다리와 하얀 동굴/ 아무도 없는데 3부 쏟아지는 유정의 불꽃 너머 난 미용실이 쑥스러운걸/ 저 우주적 봄날/ 사랑의 임대차 계약/ 너는 에피소드 산유국/ 꼴값도 돈 되면 떨어야지/ 심연의 이력/ 골조의 타전/ 날씨도 맛있다/ 소식은 무슨 놈의 소식/손바닥 주식회사 운세 보고서/ 몸에 쓰는 자서전/ 개꿈의 해부학/ 헐거운 보행법/ 달달 무슨 달 4부 말하지 못한 것들이 얼룩처럼 남는다 북극에는 곰이 남극에는 펭귄이/ 구름은 구름에게 흰 눈을/ 사적인 기상학/ 나무의 골목/ 접점의 향기/ 딱따구리 득음/ 빛의 허울/ 오해/ 삼양터널 묵밭에서/ 할머니의 냉장고에는 호랑이가 산다/ 뿌리 박힌 집/ 올감자를 캐며/ 개불알 탱탱 해설 _ 결핍의 현실을 견디는 풍자의 힘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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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식은 죽처럼 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나는 아직 바닥을 보지 못한 우물 하나를 들여다봅니다 ---「밥상머리 은하수」중에서 지옥의 입술을 포개는 일은 딱딱한 등이 부딪히는 소리가 안부를 묻는 유일한 타전 ---「무당벌레와 무당벌레」중에서 사랑 혹은 감전이 끌고 다닐 불온한 날씨 앞에서 죽음 따위는 한낱 웃음거리라는 듯 전깃줄을 거대한 거문고 줄처럼 튕겨대는 검은 입술이라니 ---「까마귀발은 절연체」중에서 봄이 되어 당신 행복한가요, 묻기도 전에 내 안경에는 당신 계절이 습기처럼 차올라 닦아내야 할 것들이 많아지네요 ---「영하의 기온」중에서 오늘은 조금만 무겁게 무너져도 좋겠네, 하늘은 낮은데 젖은 것들이 쏟아지네, ---「혼합 강수」중에서 누가 불꽃이고 누가 마른 잎인지 묻지 마세요 그건 불판 위에서 하늘이 바싹 졸아든 다음의 고요입니다 ---「가뭄을 구워 먹는 법」중에서 사람들은 정적이라 부르지만 고양이는 검은 생선의 비늘을 긁어내는 중이다 ---「달빛 요리」중에서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지방인지 이제는 묻지 않는다 우린 그저 맛있게 오해하고 있을 뿐이니깐 ---「날개 알리바이」중에서 우리는 질긴 결을 씹으며 내 안의 가라앉은 바다를 깨우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던 한 짐승의 고독한 비행을 목격합니다 ---「붉은 날개의 궤적」중에서 거대한 봄날이 오기까지 누구의 등이 굽고 무릎이 깨졌을지를 생각합니다 ---「저 우주적 봄날」중에서 날씨를 먹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겠지만 한 점씩 입에 넣으면 혀끝에서 붕괴하는 온도와 냄새의 파편이 나를 낯선 위도의 기억으로 이송시킨다 ---「날씨도 맛있다」중에서 완벽하게 조여진 것들은 노래할 줄 모르기에 나는 나사 하나를 잃어버린 채 가장 근사하게 삐걱거리며 당신 쪽으로 걸어간다 ---「헐거운 보행법」중에서 마음과 마음을 맞대고 이처럼 다정한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우리 이토록 녹아나도 괜찮은 걸까 ---「접점의 향기」중에서 박혀 있는 것들은 제풀에 겨워 신화가 되고 박히지 못한 것들은 죄다 모여 소음이 된다는데 보시라, 하늘의 흉터처럼 아물어 있는 고정된 빛의 오만한 침묵을 ---「오해」중에서 땅 밑도 결국 같은 하늘이어서 시든 줄기를 붙잡고 우는 대신 우리는 흙 속에서 살기로 합니다 ---「올감자를 캐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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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뜨락의 풍경 속으로 잠입해 기어이 지워지고 싶다
얼룩진 기분이 햇볕의 이빨에 자잘하게 씹히는 풍경 일부가 된다면 언젠가 배고픈 이가 이 뜨락을 지나치다 잘 마른 우울 한 조각을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 물론 그것은 배달된 전단지처럼 아주 사소한 일이겠지만 2026년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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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가난과 노동과 사랑의 실패와 가족의 상처가 우리 삶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 갉아먹힌 자리에서 느끼는 고통을 풍자로 고발한다. 풍자는 이 시집에서 절망의 부산물이면서 절망을 견디는 힘이다. 그리고 그 풍자의 밑바닥에는 아직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 바로 그 마음 때문에 이 시집의 어둠은 단순한 어둠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웃음의 칼날을 품은 어둠이며, 희미한 꽃잎 하나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어둠이다.
우울을 말하면서도 우울에 잠식되지 않고, 가난을 말하면서도 가난의 비참함에만 머물지 않으며, 사랑의 실현 불가능성을 말하면서도 사랑의 가능성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는다. 이 시집이 가진 문학적 힘은 바로 이 긴장에서 발생한다. -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