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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질주하는 것들은 새의 영혼까지 지우고

감자가 싹이 나서/ 당신은 지금 몇 시입니까/ 고로쇠나무의 수난기/ 소란스러운 봄/ 바람으로 흔드는 바람/ 아바이마을 아마이/ 새들의 죽음에 관한 보고/어디 소리 안 나는 총 없을까요/ 저물지 않는 풍경/달의 뒤편/ 신발이 죄인이다/ 한 움큼의 죽음/ 부딪칠 수 없는 잔/ 쫓겨나는 책/ 태풍의 경로를 읽다/ 하지 무렵

2부 노란 나비 떼들이 우수수 날아

가을 우체국/ 해무海霧/ 노가리 까다/ 로얄슈퍼를 지키는 풍경/ 호모사피엔스의 발자국/ 벚꽃 밥상/ 본전/ 부딪쳐 고이는 소리/ 피사체被寫體/ 퍼즐엄마/ 자아도취/ 하늘에 오르는 사람들/ 콩국수 한 그릇/ 첫사랑 멍게/ 옥수수밭에 바람이 불면/ 설악대교에서 청초호를 바라보는 풍경

3부 낮은 곳으로 고이는 소리

도시를 유영하는 고래/ 폐타이어의 노후/ 섬이 된 갈매기/ 맹랑한 목련/ 명함을 버리다/ 빙하가 녹으면 혹시라도/ 무병無病/ 어떡하지/ 품에 고이는 소리/ 야양 사람이 될 뻔/어싱earthing/ 지루한 영화/ 봄을 내리는 폭설/ 신선대에 오르다/ 갯배를 기다리는 바다/ 3월 대설/ 개똥이 아버지

4부 등대가 가물거리는 거기 해안가

아야진 4/ 아야진 5/ 아야진 6/ 아야진 7/ 아야진 8/ 아야진/ 아야진 10/ 아야진 11/ 아야진 12/ 아야진 13/ 아야진 14/ 아야진 15/ 아야진 17/ 아야진 18/ 아야진 19/ 아야진 20/ 아야진 21/ 아야진 23

발문 _ 삼십팔만 킬로미터 허공 밖의 피울음소리를 듣다 127
고형렬

저자 소개 1

강원 고성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를 졸업하고 2004년 [시와비평]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두레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가톨릭문인회, 두레문학회원, 강원문인협회 이사, 강원고성문학회장, 강원고성문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2018년 강원문화예술지원금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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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14g | 128*205*13mm
ISBN13
9791193093993

책 속으로

시계는 가끔 품속에 저장한 시간을 꺼내
색깔을 맛보기도 합니다

현재와 과거는 오로지 그의 가냘픈 손에 달렸지요

사실 저 시계는 오늘 심폐소생술을 받았는데 시계 소리가 내 심장의 고동 소리 같습니다
--- 「당신은 지금 몇 시입니까」 중에서

죽지 않을 만큼 남겨진 목숨으로 살아서
다시 쓸개를 채취당하고
피를 빨려야 하는

누가 저 악의 손모가지를
끊어라
--- 「고로쇠나무의 수난기」 중에서

봄에 태어나는 햇것들은
참, 말이 많습니다
--- 「소란스러운 봄」 중에서

바람이 할퀴고 간 상처를
바람이 어루만지는 하늘이 푸르다

나도 한때는 내 속의 열기를 다스리지 못해 비틀거린 적이 있었다
--- 「바람으로 흔드는 바람」 중에서

갯바람이 그 뻔한 상처에 염을 치는 날이면 꺼이꺼이 짐승 울음을 울던 함경도 아바이들은 해진 틈새
가 아물 날이 없었다
--- 「아바이마을 아마이 」 중에서

나는 평생
달의 뒷면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적이 없다

슈퍼문이라도 뜨는 날 기껏해야 계수나무나 토끼가 잘 있는지 고요의 바다에서는 혹시라도 풍랑이
일고 있는지 수상한 눈으로 바라볼 뿐
--- 「달의 뒤편 」 중에서

폐지공장에 팔려 가도
환생하는 책을 보면 잘린다고 모두
죽는 건 아니다
--- 「쫓겨나는 책 」 중에서

그런 아버지들은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치면 파도에 배를 맡겨야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을, 파도에
맞서면 칠흑 같은 바닷속에 귀신도 모르게 침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해무海霧」 중에서

생각이 잠깐 은행나무를 스치자
노란 나비 떼들이 우수수
날아올랐다
--- 「가을 우체국」 중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소멸하는 별들이 지난밤에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사선을 그었다
--- 「폐타이어의 노후」 중에서

끝없이 파도의 구애를 거부하는 것 같아도
모래는 제 몸 안에 울음을
가두고 산다
--- 「아야진 7 -봉이재」 중에서

포구에서는 목숨이 있는 것들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방파제에 갇힌 항구는
이제 물고기들의 신음조차 들리지 않는
수중 무덤
--- 「아야진 17 -사라지는 포구」 중에서

그러고 보면 변하지 않는 것은 바다밖에 없다 저 불통의 고집에 가끔은 화가 났지만 기특하기도 하다

--- 「아야진 18 -갯바람이 부는 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숨어서 멀리 물밑을 비추는 박봉준의 시는 아야진 등대 같다고 말하고 싶다. 고향의 등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열병으로 펄펄 끓던” “비 오는” 아야진 “밤”이 그의 왼쪽 심장 속에서 그를 끝없이 호명했다. 그 등대 불빛이 사나운 파도 사이로 스쳐 지나간다. 친구가 출향하여 방황할 때 어디서나 고향의 내부를 깊이 살피고 어루만졌다는 것은 놀랍고 뿌듯하다.

시가 물론 결의 아름다움을 지녀야 하지만 현상의 본질에 다가갈 때 불인不忍하고 자책하며 자기 형식을 파괴할 수도 있다. 박봉준 시인은 진보적 형식을 수직으로 착공鑿空하여 울음 우는 우물을 지상으로 올렸다. 살아내느라 에둘러 갈 시간과 쉼이 없었다. 그 우물 속에 그의 생의 바람이 지나가고 별이 지나간 뒤에 동해 중부의 가장 아름다운 아야진항의 아침이 밝아온다.

오늘 아야진에 와서
며칠 몸져누웠다 나온 바다를 만났다

바다가 우리 아버지 같아서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 「아야진 5」 부분

양평에서 눈물이 걸린 친구의 얼굴을 바라본다. 반과산을 오르던 두보의 벙거지 눈가에 햇살이 반짝이는 것이 시고詩苦가 아니었으랴. 친구의 시처럼 “그러고 보면 변하지 않는 것은 바다밖에 없다”(「아야진」 18 부분). “대설이 내리면 봄 냄새가”(「3월 대설」) 나는 중앙극장이 있던 그 속초관광수산시장 옛길에서 지루하게 귀가하던 그의 옛 학창을 만날 것이다. 우리도 그 아버지의 시대를 지나갔다. 시인이여, 일진광풍一陣狂風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자. _고형렬

시인의 말

말의 씨앗이 처음 나에게 와서 뿌리내리고 잎을 피우는 동안 행복했다. 이제 내 詩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건 詩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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