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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김남권
상상인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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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오래된 나무/ 모래내 사거리/ 피고인P告人/ 본다/ 첫눈이 오기 전에/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 /
등대는 눈물이 절반이다/ 하늘의 눈을 감기다/ 터미널/ 9시에서 2시 사이/ 업둥이/ 1004 버스/장미 여인숙/ 건원릉 가는 길/ 소년이 온다/ 고사리 장마/ 흰 번제/ 응암역 4번 출구

2부

2024, 자화상/ 붉은 첼로/ 한강이 얼었다/ 바퀴벌레 연대기/ 설舌, 설說 끓는/ 첫눈이 온다/
8시 25분/ 설화雪花/ 빨간 등대/ 부라보,콘corn/ 흰/ 울거야/ 칼국수 먹는 날/ 미안하다/
물질의 이유/ 집엔 주인이 없다/ 도마/ 모나리자의 미소

3부

쪽파/ 코리나의 경고/ 북새/ 평생 택시나 해 먹어라/ 옹이/ 작전명 ‘멧돼지 사냥’/
바람의 절벽에 매달린 눈물처럼/ 쇠꽃/ 샛강도 운다/ 검은 시계/ 봄의 말씀春雪/
수로, 그대의 무지개를 따라가다/ 2군 감독, 포수, 아버지/ 나는 천사가 아니다/
흉터암巖/ 붉은 닻/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비건非gun

4부

지평선의 달은 지지 않는다/ 매미가 운다/ 제비를 줍다/ 심장의 노래/ 허황옥이 수로에게/
거미/ 새들이 잠드는 시간/ 꿈을 꾸던 소녀가, 소녀에게/ 책의 복수/ 중력을 거부한/
어느 수요일/ 공중에도 길이 있다/ 바람꽃은 저물지 않는다/ 마음이 남았다/ 변산바람꽃/
뒤를 본다는 것은/ 아버지와 짜장면/ 세상의 첫 아침을 여는 네 개의 별빛/
사월의 벚꽃 소녀에게/ 관능적인 손/ 벚꽃 엔딩


해설 _ 바람의 절벽에서 그리는 자화상
이송희(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강원도 평창에 이십여 년 살다가 최근 원주로 거처를 옮겼다. 시를 쓰고 동시와 동화도 쓰면서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해서 번 돈으로 계간 『시와징후』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한국작가회의, 강원아동문학회, 이어도문학회, 한국국제시인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영월, 원주, 서울에서 ‘나도 작가’ 글쓰기 강좌를 10여 년째 운영하고, 지역아동센터와 돌봄센터, 초등학교에서는 ‘동시야 놀자’로 어린이들의 꿈을 키우고 있다. 1994년 조병화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2015년 월간 『시문학』에서 신인우수작품상을 받았고, 2024년 ‘문화앤피플’ 신춘문예에 동화
강원도 평창에 이십여 년 살다가 최근 원주로 거처를 옮겼다. 시를 쓰고 동시와 동화도 쓰면서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해서 번 돈으로 계간 『시와징후』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한국작가회의, 강원아동문학회, 이어도문학회, 한국국제시인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영월, 원주, 서울에서 ‘나도 작가’ 글쓰기 강좌를 10여 년째 운영하고, 지역아동센터와 돌봄센터, 초등학교에서는 ‘동시야 놀자’로 어린이들의 꿈을 키우고 있다.

1994년 조병화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2015년 월간 『시문학』에서 신인우수작품상을 받았고, 2024년 ‘문화앤피플’ 신춘문예에 동화 「바위소년 반달이」가 당선되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등 여러 편의 시가 KBS, SBS, JTBC, MBN, CBS, MBC에 소개된 적이 있다. KBS창작동요제 노랫말 우수상, 강원아동문학상, 이어도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천 년의 바람』,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발신인이 없는 눈물을 받았다』, 『바람 속에 점을 찍는다』, 『적막한 저녁』, 『저 홀로 뜨거워지는 모든 것들에게』, 『하늘 가는 길』, 『등대지기』, 『빨간 우체통이 너인 까닭은』 등이 있고, 영한 시집 『첫눈 오는 날』이 있다. 동시집은 『쉿! 비밀이야』, 『선생님 복수 타임』, 『1도 모르면서』, 『엄마는 마법사』, 『짜장면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 그 외 그림 동화 『진주 연못의 비밀』과 시낭송 이론서 『마음치유 시낭송』 외 두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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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54g | 128*205*20mm
ISBN13
9791174900517

책 속으로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첫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모래내 사거리」 부분


산 것과 죽은 것들이 손잡을 수 있고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들이
하나의 품속에서 깨어나는 또 하나의 하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두의 희망이 되는
뜨거운 물의 꽃을 피워야 한다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 부분


그리움의 무늬가 되어 너를 기다린다
늙은 별의 수염이 되어 너를 불러 본다
-「등대는 눈물이 절반이다」 부분


오늘 아침, 반찬도 없이 양념간장에 비벼 먹은 흰쌀밥은
지난밤 폐사지에서 밤새도록 나를 응시하던
하늘의 눈이었다
-「하늘의 눈을 감기다」 부분


택시도 없고 가로등도 잠든 터미널에서
별자리를 베고
주소도 없는 사랑을 시작한다
-「터미널」 부분


그저 흙의 말을 전하는 낙엽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오백 년의 기억을 더듬어 볼 뿐이다
가슴이 비어야 우는 목어처럼,
-「건원릉 가는 길」 부분


바람도 안 불고, 햇빛도 무심한데
세상은 온통 흰, 바다에 빠져 있다
-「흰 번제」 부분


밤은 하얀 어둠 속을 걸어가는
순한 짐승이 되어 푸른 심장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이제 그를 만나러 가지 않을 것이다
-「첫눈이 온다」 부분


저 푸른 눈 속에서 하늘 냄새가 난다
눈을 밟을 때마다 하늘의 소리가 난다
발목까지 빠지는 길을 걸어 그녀가
내게 처음 오던 날도 수선화가 만발했었다
-「설화雪花」 부분


물드는 나무의 한 생이 되고 싶은데
마지막 순간이 오면
오래도록 네게 스며들어 물들고 싶은데
-「물질의 이유」 부분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
떠날 때가 되었다
저기 흰 빛 하나 허공 속으로 걸어간다
-「집엔 주인이 없다」 부분


시간의 경계를 건너온
질문 하나가
고요한 물결을 건너가고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 부분


절대로 호기심으로라도 건드리면 안 돼
마지막 남은 빙하의 자존심이거든
-「코리나의 경고」 부분


심장이 멎은 듯
붉은 피가 솟구쳤다
끝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북새」 부분


평생 쇠밥을 먹고도 쇠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해
나는 아직 Fe이 들지 않았다
-「쇠꽃」 부분


그림 같은 절벽을 뛰어내린 망자의 눈빛처럼
그리움의 표지에 너의 이름을 새긴다
샛강이여, 맨발로 서서 울음 한번 크게 울어라
-「샛강도 운다」 부분


AA 건전지의 똥구멍으로 짜릿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톡, 톡, 톡,
검은 시계는 비로소 밀회를 즐길 시간이다
-「검은 시계」 부분


내가 마지막으로 믿었던 바위에는
밤새도록 별의 무늬를 잊지 못하는
새들의 발자국만 남아 있다
-「흉터암巖」 부분


불길 속에서 춤추고 있던 여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붉은 닻이 쓰러지고 섬은 사라졌다
-「붉은 닻」 부분


기쁨도, 분노도, 울음도
흰 것들 앞에 서면
유일무이한 세상이 된다
-「흰 것들은 모두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부분


내 몸은 당신보다 피가 깨끗해서
백 년은 거뜬히 살겠지만 누군가의 숨을 빌려서
접시에 놓인 침묵 하나를 생명이라 부르지는 않겠다
-「비건非gun」 부분


상처는 아물 기미조차 없는데,
울컥울컥, 바람이 운다
-「매미가 운다」 부분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흘러가는 것은
지상의 그리운 사람 얼굴이 보고 싶다는 뜻이다
-「공중에도 길이 있다」 부분


피를 보며 살아온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
나는 통증을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너는
함부로 책장을 넘기면 안 된다
-「책의 복수」 부분


외로움에 지친 눈빛이
어둠 속을 따라 들어왔다
흰,
별빛이 놀라 춤을 추었다
-「관능적인 손」 부분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다시 벚꽃 피는 계절에 시를 본다.
요 며칠 집 근처 백간공원에 나가면서 올해 핀 벚꽃을 실컷 구경하고 공원 벤치에 누워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산책 나온 중년의 여인들은 벚꽃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나는 그들 속에서 꽃비가 흩날리는 투명한 소녀들의 미소를 발견했다.
일주일 사이에 꽃잎은 모두 떨어졌고, 그 자리에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 신록의 눈부신 물결로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해마다 봄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 마른 나뭇가지에서 돋아나는 별빛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향기로운 기쁨인가.

사방에 눈을 들어 오늘은 나를 향한 자연의 화두 하나 들어야겠다.

2026년 5월 초순
치악산 자락에서 봄을 반추하며.

추천평

김남권 시인의 이번 시집은 ‘피고인P告人이 기록한 책’이라는 서늘한 각성에서 시작하여, ‘바람의 절벽에서 그리는 자화상’으로 귀결되는 존재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붉은 첼로의 비명’과 ‘뜨거운 물의 꽃’이라는 두 갈래 물줄기가 흐른다. 이는 권력의 거친 발자국이 지워버린 생명들을 대신해 내지르는 저항의 소리인 동시에, 절망의 끝에서 길어 올린 재생의 몸짓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파괴의 불꽃인 백린白燐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생명을 살리는 원소인 인(P)으로 존재할 것인가. 비록 현실은 부서진 햇살처럼 날카롭고 시리지만, 시인은 그 파편들을 모아 ‘윤슬’ 같은 안식처를 마련한다. 이 시집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인이 온몸으로 밀고 나간 정직한 노동의 기록이자, 부서진 햇살 아래서 비로소 마주하는 가장 고요한 안식의 풍경이다. - 이승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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