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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_ 화양연화
제1부 마량에 가야 한다/모기사냥/우표 없는 편지/곱빼기는 안 팔아요/모논/적막한 저녁/어느 환경운동가의 죽음/슬픔변경선/오후 세 시의 낮달/그대, 지리산으로 가라/신 사랑가/마지막 김장/아그배나무 세 그루가 있는 풍경/정치인의 자격/첫 키스/첫사랑/초침에서 분침까지/반달의 사랑 제2부 주상절리에 가야 한다/처녀 장례지도사 선미 씨/마지막 광부/등을 읽었다/빈집/펜혹을 벗다/하얀 민들레의 귀환/개 같은 날의 아침/별에서 온 여자/유배지에서 보내는 편지/결/활화산/나팔꽃 소녀에게/나비의 꿈/응답하라 1991/청량리시장 홍두깨 칼국숫집/2월의 별빛 사리/함박눈 제3부 달이 돌아왔다/사랑의 마피아/오우도/최초의 꽃빛/우리는 지금 청령포역으로 가야 한다/진달래꽃 필 무렵/꽃춘기/물고기의 변명/종점/진달래꽃의 변명/소금 연인/아버지의 꼬리/바람난 유월/달이 기울다/하얗다/명자꽃의 비밀/이름의 의미/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강릉역에 내리면/자아와 초자아 사이 제4부 희망을 파는 사월/두부 장수/소쩍새를 조문하다/밑장 빼기/그늘/정암사 적멸보궁에 비가 내리면/평창 오일장/61년생 김영호에게/부르지 못한 별의 노래/봉투/밥 한번 먹자/바람의 사형수/독獨, 毒/검룡소 가는 길/불/비자림/몽유도화도/마지막 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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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수록 느껴지는 밥의 단맛처럼 곱씹으며 느끼는 시의 맛
비가 내리고 어둠이 저녁의 꼬리를 물고 가던 유월 어느 날 나는 그대를 찾아가다 넘어지고 말았다 기적 소리가 울렸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멀리서 바람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사방엔 연초록의 흔들림만 분명한데, 매일 다니던 길인데 그대를 찾아가다 넘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다 비의 방지턱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비가 내리고 꽃이 졌다는 건 한 사람의 영혼이 길을 떠났다는 뜻이다 달을 꿈꾸던 꽃의 심장 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영혼이 어둠의 건너편을 향해 손을 흔든다 적막한 저녁이 저물고 있다 -「적막한 저녁」 이 시처럼 시인은 쉽게 지나치는 일상의 소재, 추억의 단편을 자신의 시상에 끌어들이고 시의 매개로 삼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대를 찾아가다 넘어지고 말았던 길에서 현재의 자신이 넘어진 것인지 아니면 추억 속에 자신이 넘어진 것인지 생각하게 하며 이는 현재의 자신과 추억 속의 자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다 넘어졌다 말하며 넘어진 상황보다 일으켜주지 않는 상황을 상기시키고 홀로 걷는 외로운 상황을 각인시킨다. 이후 비와 꽃과 영혼으로 화자가 찾아가는 그대가 볼 수 없는 이임을 확정한다. 이를 통해 적막한 저녁은 역설적으로 그대라는 대상과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시인의 시 세계는 이렇게 추억과 일상의 소재로 공감의 울타리를 세우고 그 안으로 초대하면서도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은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러한 시인의 시는 곱씹을수록 추억의 아련함과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에 대한 위로를 얻게 하고 평온한 마음을 안겨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