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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요제프가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
산책은 누구랑 했을까/ 주말극장/ 결빙 구역/ 여우의 사막으로 간다/ 배선/ 안스리움/ 오래된 건물은 흔들렸다/ 와인 한 병 마시기/ 줄 위의 사람들/ 너의 안부가 지구를 건너오고 있다/ 조감도/ 주입식 교육/ 러브, 러버/ 망에 걸린 망상해수욕장 2부 침실에서 괴테가 걸어 나왔다 이복형/ 찻잔을 고르는 시간/ 토끼 정원/ 백장미 꽃나무/ 짧은 휴가/ 첫사랑 관찰자 시점/ 미술품 관람하기/ 슬픔은 모두 블루/ 베이스캠프/ 모래알 랩소디/ 여름밤/ 꽃밭에서/ 분갈이 3부 사랑해 망치 같은 언어가 도착했다 왈츠 변주곡/ 숨꾹질/ 요요현상/ 잠시/ 내일의 날씨/ π/ 나비 효과/ DIY/ 호우주의보/ 빈집/ 로그아웃/ 오늘의 요리/ 스무고개/ 점묘화 4부 우편함에 제트기류가 꽂혀 있었다 재부팅/ 점유율/ 부력/ 통성기도/ 소/ 유령 찻집/ 잔소리 밥상/ 냉이꽃/ 커튼콜/ 자율주행/ 포토 스폿/ 나의 장례/ 하얀 양털을 뒤집어쓴 늑대처럼/ 공평한 이동 해설 _ 첫 시집 관찰자 시점 여성민(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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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문장처럼 아름다운 다뉴브강이 끝나가는 이곳
폭탄이 터진 자리마다 해바라기가 노랗게 피어납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 -「주말극장」 부분 슬픔을 사 왔다 궤도 밖에서 구름 같기도 한 그것은 자주 낑낑댔다 물로 변하기 전에 서둘러 재운다 -「결빙 구역」 부분 그는 내 등을 밟고 사막여우를 쫓아갔다 날마다 지도가 바뀌는 사막 나침반도 없이 요제프가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 -「여우의 사막으로 간다」 부분 꽃들의 완경은 다른 계절로 가는 문턱에서 다시 한번 세차게 흔들리고 오래된 건물에서 완성되는 소리가 났다 -「오래된 건물은 흔들렸다」 부분 일용할 양식인 사랑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 사과는 물러진 것을 섣부르게 가려내다 보면 바구니는 비워지고, 상처를 도려내다 보면 씨앗만 남게 된다 그 씨앗은 긴 문장으로 태어나 다른 학명을 갖게 될 것이다 장미라면 더 까다롭게 살펴야 한다 가시가 있으니까 오래 사랑하기 위해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다 -「러브, 러버」 부분 엎드려요 태풍이 오고 있어요 그의 눈은 다정하지 않으니까요 -「토끼 정원」 부분 우리는 복식을 즐겼다. 나의 공격은 전적으로 그를 향했다. 오후의 햇빛처럼 우리는 서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 나는 스핀을 넣고 드라이브로 넘어온 공을 스매싱으로 막았다. 살짝 비켜가는 공. 매일 거울 앞에서 시뮬레이션했다. 내리꽂히는 공을 방어하려 이를 닦다가도 칫솔로 스매시와 커트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공이었다. -「이복형」 부분 어느 날, 느닷없이 내리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젖어 드는 꽃잎처럼 스물한 살의 여름 냄새가 저항 없이 스며들었다 -「첫사랑 관찰자 시점」 부분 맘을 고르고 맘을 퍼내며 사람 속에 들어 산 적 있다 꽃삽은 언제나 단도직입적이다 사람이 사람을 옮겨놓았을 때 그때의 통증을 잘 알기에-「분갈이」 부분 뼈대만 있는 생각을 강아지에게 던져주었다 강아지는 꼬리를 낭창거리며 달려든다 왜? 우리에게는 저런 리듬이 없을까? -「내일의 날씨」 부분 빚을 내 빛을 사들였는데 그늘까지 딸려 왔다. 거실 바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어디를 타고 들어왔을까. 누수의 경로가 막연했다. 화병에 꽂아 둔 꽃처럼 빚내서 사들인 부동산은 번식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꽃은 꺾인 순간부터 연명 치료 중이라는 것을 알까. -「재부팅」 부분 한차례 쏟아진 청춘으로 한차례 쏟아진 뜨거움으로 그날 긴 장마로 내 안의 절망이 드러누웠다 -「커튼콜」 부분 편견 없이 내리는 행복에 움푹 발자국을 남기며 늑대처럼 울었다 -「하얀 양털을 뒤집어쓴 늑대처럼」 부분 이것은 너의 당기는 힘으로 내 공평을 옮기는 일이다 -「공평한 이동」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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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찰자입니다. 최현숙의 첫 시집이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성장하는지 누구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지 친애하는 사람들과는 잘 지내며 빛이 좋은 날에는 어디로 이동하는지 관찰하고 미행하는 일이 나의 역할입니다. 이 시집의 삶, 풍경, 등장인물 모두를 관찰합니다.
시집 속에도 ‘삶’이 있고 ‘풍경’이 있느냐고요? 물론입니다. 시집 속에는 시의 ‘배치’가 있고 배치는 ‘풍경’이 됩니다. 그 풍경은 어느 정도 ‘목적’적입니다. 이것을 주제Theme라고 합니다. 도시의 설계와 같죠. 가령 대성당이 중심에 있는 도시라면 가톨릭 신앙을 공유하는 도시라고 짐작할 수 있겠죠. 큰 광장이 도시의 중심에 설계되어 있다면? 아마도 혁명이나 민주적인 정신을 중요하게 계승하는 도시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뿐일까요. 한 편 한 편의 시 속에는 시적 장치들이라는 게 있어요. 그런 작은 단위의 장치들이 시집 전체에 여러 번 반복하여 배치된다면 어떨까요? 가령 이 시집에 ‘총’이라는 단어는 몇 번 등장할까요? 마가의 기록이라고 알려진 복음서는 다른 복음서 저자보다 이동 모티프Motif에 관심이 많습니다. 유독 ‘길 위’의 서사가 많습니다. 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길에서 흩어지고 모이며 길에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최현숙은 어떨까요. 이동. 내가 시집을 읽고 메모한 첫 단어입니다.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마음이 살짝 떨렸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군요. 시집 제목이 『첫사랑 관찰자 시점』이니까요. 무려 ‘첫사랑’입니다. 이 시집이 ‘첫’ 시집인 것처럼! 모든 ‘첫’은 떨림을 경험하게 합니다. 중력에 의한 이동은 익숙한 문법의 힘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언어에도 중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미’라는 단어 다음에는 ‘붉다’나 ‘예쁘다’라는 말이 따라 붙습니다. 이것이 중력이고 익숙한 관계의 문법이며 친구의 언어입니다. 최현숙은 그것을 거부합니다. 대신 “너의 당기는 힘으로” 내 공평을 옮기겠다고 말합니다. ‘너의 당기는 힘’은 새로운 문법 체계입니다. 그 힘에 이끌린 이동은 시인에겐 공평한 이동입니다. _ 여성민(시인) [작가의 말] 나는 파초의 동네에 살았고 고개 너머엔 샤갈의 마을이 있었다 사그락 사그락 눈 내리는 그 마을에는 오래된 우체국이 있었다 음메 하고 울면 요제프에게서 답장이 왔다 2026년 9월 최현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