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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노란색 다분하게 꽃으로 일렁이고
새와 나무와 나/ 끈/ 편집 중입니다/ 네가 물고 온 꽃씨/ 사과 세 개/ 불량한 날/ 더듬어 찾기/ 또 웃는/ 고물 딸딸이/ 가족관계와 서툰 관계식/ 가끔인 듯 자주/ 폭탄 계란찜/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래도 짜장면/ 봄, 쪽파/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을 기대하며 2부 기억나나요 어제 그제의 질문이 올리브나무를 멀리서 보다/ 인제 그만 갠지스강으로 가야겠네/ 꽃달/ 이상한 날/ 은행나무 옮기기/ 열린 귀/ 야행에 손잡다/ 그날들/ 비워둘 공간에 머무는 것들/ 비린내 나는 혼잣말/ 부르면 대답할 아침이 있어/ 바퀴 구르다/ 뭐 하는 짓이여/ 이름/ 묵호에 가면/ 온도 기울다 3부 먼먼 별들이 모여 달 하나 부풀리는 섬망/ 무딘 칼을 꺼내다/ 달동네/ 매미 울음의 무게/ 너희는 다년생이기를/ 명품/ 고쳐 쓰다/ 단단한 위안/ 너를 부르며 눈을 닦다/ 멍때리는 고지서/ 나를 데리고 가는 너/ 당신이 행복하면 참 좋겠습니다/ 다시 한계령에서/ 사진 한 장의 담소/ 빗방울 물 위에/ 쓸쓸함에 대하여 4부 입안에 굴리는 달 없다, 있다./ 오늘은 봉자 언니 풍으로/ 무겁거나 가볍거나/ 마음 치기/ 그래도 남아 있는/아끼던 말/ 다시 묻는 바람/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책을 부쳤다는 기별/ 12월 24일 화요일 곧 12시/ 우리는 같이 허기진다/ 물먹는 집/ 어머님 그래도 미역국은 챙겼습니다/ 끼였다/ 운수 좋은 날/ 생뚱맞은 옷 한 벌 해설 _ 시의 여백에 접어둔 소중한 것들 133 마경덕(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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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그덕 붓는 마중물과
시작이 아득한 기억과 어제 같은 오늘의 차이와 --- 「새와 나무와 나」 중에서 보낸 것과 보낼 것에 익숙한 짧아진 날에 갑자기 끼어든 반칙의 소견서 이 계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 「끈」 중에서 문득, 나무 사이의 그늘을 보다가 끊어진 시간을 만났다 우물쭈물 어쭙잖은 손이 가만있지를 못하자 언제부터인지 모를 사과가 웃었다 될까? --- 「사과 세 개」 중에서 맹목적 중독에 대한 것은 함구입니다 멍에의 무게 또한 누구도 거론하지 않는 것은 살면 또 살아지는 날에 대한 예의이기도 합니다 --- 「편집 중입니다」 중에서 혹여 뜬금없이 만나더라도 어디 가냐 묻지 말고 따뜻한 인사도 잊어버려 그냥 그러려니 해 그래야 나도 움켜쥔 소소한 것들을 비로소 꿈이듯 털어버릴 거니까 --- 「인제 그만 갠지스강으로 가야겠네」 중에서 있지 눈물에서 웃음까지 기억에서 추측까지 날마다 수취인 부재중인 택배가 쌓이는 암호로도 AI로도 되돌릴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야 묵호 너는 --- 「묵호에 가면」 중에서 누구의 울음이든 울음은 제 몫만큼만 감당하는 것 냉정하지만 그게 답이다 --- 「매미 울음의 무게」 중에서 꼭 갈 것이라고 목 밑 단추 채우듯 꽁꽁 싸맨 계획 그러던 그 몇 해 보내고 보니 이제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고쳐 씁니다 --- 「고쳐 쓰다」 중에서 그리움은 깊을수록 구멍을 넓히고 사람은 자기가 구멍인 줄 몰라서 못 품는 --- 「사진 한 장의 담소」 중에서 아버지 왜 그때 당신의 허무를 알려 주지 않았나요? 굴리던 혼잣말 지나던 새가 한 마리 두 마리… 해 질 녘을 끌고 올 때까지 굴러가고 --- 「그래도 남아 있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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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중에서
시인의 역할에 충실한 최수지 시인의 ‘절제된 시편’들은 깔밋하다. 과장을 하거나 화려하게 치장하지도 않는다. 언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모름지기 시는 이래야 한다는 듯 훌쩍 뛰어넘거나 입을 닫는다. 무엇보다 수다스럽지 않아 독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다. ‘여백에 밑줄을 치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생각하게 만든다 시인이 찾아낸 것은 일상에서 만난 자연이며 사람이며 구석에 홀로 서 있는 외로움이다. 누구도 돌보지 않아 혼자 빛이 바래고 소리 없이 소멸해 가는 것들이다. 언젠가는 기억에서도 사라질 ‘불가항력의 것들’이 작품 속에 발자국을 찍는다. 느릿느릿 걷다가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시인이 만든 보폭이며 당당함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발랄하고 자유로움 속에 긴장감이 묻어 있다. 최수지 시인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 ‘소외받는 것’들에게 애정을 가진다. 시인이 쓸쓸함을 만난 지점은 ‘소멸이 시작되는’ 접점이다. 지나간 것들의 질긴 침묵은 진행 중이고 건네야 할 인사도 미처 전하지 못했다. 풍성하고 즐겁던 시절도 있었지만 뒤늦게 생각해 보니 제대로 목 놓아 울어 본 적이 없다. 슬픔에 동참하지 못한 시간은 ‘놓친 기억’으로 남았다. 언젠가 자신이 만날 죽음 앞에 사람들은 온전히 슬퍼해 줄까. ‘온전히’는 거짓 없는 진심이 깃들었다는 것이다. 타인의 불행에 우리는 얼마나 진심일까. 예정된 슬픔 앞에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살아가면서 가끔 만나는 부고장, 누군가와 예기치 못한 이별, 이것들은 ‘남은 자들의 목록’이다. 가끔 만나는 타인의 불행은 자신의 일로 다가오고 시인은 슬픔 앞에서 진지해지고 날마다 쓸쓸해진다. 이렇듯 잠재된 가치를 안내하는 일이 ‘시인의 역할’ 중 하나이다. 시 쓰기는 학습된 인식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일상의 작은 떨림도 ‘체험’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_마경덕(시인) 시인의 말 달빛 네모 창을 눕혔다 퍼렇게 날 선 것들 다독여 묶고 보니 둥글다 살겠다 조금 더 살아야겠다 집이 무심한 척 달을 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