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상 및 출판 번역을 하며 바른번역 소속 출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괜찮아! 넌 하늘다람쥐야』, 『수소 원자 피오의 우주 대탐험』, 『모든 삶은 빛난다』, 『우주여행 무작정 따라하기』, 『데이비드 호크니』 등이 있다.
현대 사회는 식민주의가 한 민족을 완전히 지배하고 어떤 미래의 가능성도 말살할 뿐만 아니라, 기억까지 지워버림으로써 그 만행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수없이 드러내왔다. 집단학살이나 다른 잔혹 행위에 대한 기억과 고통을 파괴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그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치유될 가능성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벽을 쌓는 것과 같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온전히 인식하지는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인간에게는 성찰하고 멀리서 관찰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계속해서 알리고, 이에 맞서 싸우는 데에 필요한 저항 운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단순히 스스로 정보를 알아보고 지식을 전파하는 것만으로도 아파르트헤이트를 타도하는 데 중요한 기여가 될 수 있다.
나는 두 가지 근본적인 사실을 발견했다.첫째는 팔레스타인 문제는 단순히 서로 상충하는 주장들이 있는 정치적 과제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제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자행된 불법행위라는 법적 문제로 논의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두 번째 발견은 비판적 인종 이론의 영향을 받은 법학 연구를 접하게 된 것이었다. 이는 법을 비판적이고 탈식민주의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방식으로, 승리자가 쓴 역사가 아니라, 주로 서구 국가들이 제정한 국제법을 최근까지 견뎌내야 했던 민중의 시선으로 바라본 역사적 전개의 맥락 속에서 법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 있어서 공정성은 하나의 의무가 된다. 우리는 법과 정의 그리고 피해자들의 편에 서야 할 의무가 있다. 공정하다는 것은 옳은 것을 옹호하고, 강제로 침묵해야 했거나 그저 무시되었던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내어주며, 우리 세상을 괴롭히는 악행에 맞서 싸울 용기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불법인 것은 그 점령의 존재 자체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결권을 누리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자결권이란 한 민족이 존재하고 스스로 결정할 권리, 즉 영토 및 그곳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외국의 지배 없이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한 민족으로서 존재하고 자유롭게 살 이런 단순한 권리조차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위험하게도 두 국가가 타협할 수 있는 문제로 혼동되곤 한다. 하지만 자결권이 없다면 다른 모든 권리가 의미를 잃고 공허한 지적 미사여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