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책장에는 그 사람의 삶이 있다. 책장에는 아직 차마 꺼내 볼 용기가 나지 않는 기억들이, 잠시 멈추고 싶었던 행복의 조각이, 지우고 싶었던 상처와 아픔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과 희망, 때로는 증오도 함께 숨어 있다.
《자매의 책장》은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가득한 책장처럼, 아직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함께 살아가는, 또는 애도해야 할지 미워해야 할지, 위로해야 할지 아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때론 이해하고 싶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어서 ‘그냥 존재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과 서로 기대어 살게 될 테니까.
류승희의 만화는 마치 책장과 같다. 그냥 지나칠 땐 배경이었던 것이, 어느 순간 의미를 가지고 펼쳐진 페이지로 다가온다. 전작 《그녀들의 방》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매의 책장》에서도 그렇다. 우주와 미주가 읽고 있는 책, 사계절을 타고 변하는 기억의 색 틈에 숨겨 두었다. 마치, 언니가 발견하길 바라고 끼워 둔 책갈피처럼. 이 만화를 읽는 독자들 역시, 작가가 숨겨 놓은 책갈피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