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우리는 그동안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제도와 서비스라는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았을 뿐이었지만, 그것들이 최중증ㆍ중복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이라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물 어딘가를 막아버린 셈이 되었다. 책의 제목 ‘아무 일도 없는 삶’은, 인간다운 삶의 중요한 요소들이 제도와 서비스로 인해 오히려 차단당해버린 최중증ㆍ중복 발달장애인의 현실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아무 일도, 아무것도 없는 삶….
지금껏 우리가 기울여온 노력과 접근 방식들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이 책을 읽고, 어떤 부모나 종사자는 억울함도 느낄 것이고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하기도 할 것이다. 현장의 서비스와 정책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동떨어진 학술 연구나 문헌에서조차, 우리는 최중증ㆍ중복 발달장애인의 삶을 고민의 한가운데 올려놓은 적이 없다.
그러나 책에서 지적했듯이,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알아차리기와 깨닫기이다. 이 책은 우리의 고민이 다다르는 끝에 있을지도 모를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다만, 지금껏 누구도 제대로 논의하고 다루지 않았던 최중증ㆍ중복 발달장애인의 삶이 결코 변방으로 밀려나서는 안 되며, 따라서 논하기 껄끄러울 수 있는 주제까지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동기와 용기를 동시에 주고 있다. 여전히 해답을 모르니 두렵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