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렌 네미롭스키는 내가 책상에서 종잇장을 넘기는 나약한 관찰자인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글라디스의 늙은 뺨과, 마리-테레즈의 떨리는 목소리와, 베르나르의 성마른 걸음걸이가 되기를 원한다. 내가 자신의 글을 읽으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증오에 빠져들어 복수를 다짐하는 자신의 공모자가 되기를 바란다. 살과 뼈를 가진, 선명하면서도 추악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내 앞에 끊임없이 들이댄다. 네미롭스키의 글을 읽는 동안 나는 그가 보여주는 복수와 증오의 충실한 공모자다. 그가 보여주는 추악한 얼굴을, 그래서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얼굴들을 남김없이 들여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