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용이 말하는 ‘꽃다리극장’은 동시상영관이었다. 인생 첫 번째 시네마테크에서 그가 영화에 관한 글과 책 글을 쓰게 된 심리적 장치이자 벽화로 시작된 동굴의 미학이 있는 곳이다. 편견과 맹목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삐딱하면서도 피륙처럼 섬세하게 짜여진 생각의 역사가 시작된, 지칠 줄 모르는 필력을 보면 그 자체가 동시상영관이다. 그곳은 당대의 예술 영화와 감독을 만나게 해준 것과 동시에 숨죽이며 보아야 했던 청춘의 해방구였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가 영화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운 지금의 정체성은 “타자의 얼굴을 통해서 내게 맡겨진 책임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타자의 부름에 응답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세워준다. 타인의 얼굴은 내게 살해를 금지하고 내게 말을 걸기 때문”(〈배반 당한 환대〉)이기도 하다는 듯 그는 쉬지 않고 읽고 쓰면서 예술과 문학, 그리고 현실과 대중문화의 경계에 첨병처럼 서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두텁고 난제의 텍스트들을 쪼개듯 파고 들어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힘이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