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의 이번 시집은 ‘계절’이 시가 되고 ‘가족’이 시가 되고 세상에 방치된 ‘변두리’가 시가 되어 마침내 삶에 포섭된 모든 생명들의 미세한 떨림까지 시의 ‘안쪽’으로 독백한다. 속으로 아픈 통증은 소리 없이 강하고 물리적 치료가 불가한 난해하고 고약한 거소에 심연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아프다. 특히 표제인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는 온축(蘊蓄)된 시간에 대한 종언이 아니라 현재의 자리에서 기왕의 시간을 묻고 천착하는 회고적 현실 환기의 의미를 갖는다. 미끄러진 것처럼 보였던 시간의 흐름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생생한 마음의 ‘행적(行跡)’이다. 그 행로에는 신비를 허락하지 않는 화석화된 적층의 시간 속에 호흡하는 많은 사연이 ‘염장(鹽藏)’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