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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아무도 울지 않았다
죽비 소리 입춘 그럴 수가 없다 그림자 계절 난독의 시간 우기를 건너는 법 이제 가을이 오리라 입추 이 가을 아무도 울지 않았다 지나온 시간이 따끔거렸다 입동 채비 입동 무렵 누군가의 맨발 나의 부음을 받고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제2부 남아 있는 체온을 모아 동백의 말 목련 안부 구름의 안부 꽃눈 잠시 하늘의 음률 길마가지꽃 덜컹거리는 우기 매미 곤두박질이 먼저 쑥부쟁이꽃에 가시가 달의 환담 화살나무 미동산수목원에서 사려니숲 그 숲에서 옹이의 문장을 만났다 남아 있는 체온을 모아 제3부 그 저녁 바람의 노래 문밖에서 무심천 바람의 노래 낯선 바람이 부는 곳에서 치명적 대화 반나절 푸른 사내와의 조우 61년생 김은숙 1 61년생 김은숙 2 호르몬 유감 손을 보다 그 사람은 모르게 쓸쓸한 농담 심장에 귀를 대고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 눈물 나는 당도 엄마를 팔았다 제4부 언젠가 봄날에 우리 달 안 절 쥐똥나무꽃 도롱뇽과 장독대가 주인 뒤에서 걷다 매생이집 가는 길 이목 삼거리 이정골 돌장승 묵직한 문장을 읽다 종이약국 껌 먹는 두더지 고두미 출판사 정북동토성에 노을 지다 어쩌면 지금도 봄 언젠가 봄날에 □ 해설 강찬모 | 징후로서의 ‘통증’이 시와 삶에 재분배 되는 과정 |
김은숙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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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시인의 시에는 “가을의 심장에 귀를 대고 / 흐느껴”우는 언어가 있다. “혼자 늙어가는 저녁”이 있고, 오래 걸어서 “붉고 넉넉한 노을의 시간”까지 온 뜨거운 발자국이 있다. 그런가하면 “한 그루 적막으로 서 있는 때죽나무의 지긋한 균형”같은 것도 있다. 그런 김은숙 시인의 시들 중에 ‘입동 무렵’에 가 있는 시 여러 편이 눈에 띈다. 남루한 흔적과 누추한 눈물의 시간을 지나 “굽은 등에 핏줄처럼 새겨진 가을 지문을 만지며” 입동 근처를 서성이는 시들. 그런 시들이 가리키는 시간은 눈물도 울음도 침묵인 시간, 섣부른 언어도 기약도 허락하지 않는 시의 시간이다. 그 장엄한 시간은 시인의 시정신이 “투명하고 짱짱한 얼음 같은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게 한다. -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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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의 이번 시집은 ‘계절’이 시가 되고 ‘가족’이 시가 되고 세상에 방치된 ‘변두리’가 시가 되어 마침내 삶에 포섭된 모든 생명들의 미세한 떨림까지 시의 ‘안쪽’으로 독백한다. 속으로 아픈 통증은 소리 없이 강하고 물리적 치료가 불가한 난해하고 고약한 거소에 심연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아프다. 특히 표제인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는 온축(蘊蓄)된 시간에 대한 종언이 아니라 현재의 자리에서 기왕의 시간을 묻고 천착하는 회고적 현실 환기의 의미를 갖는다. 미끄러진 것처럼 보였던 시간의 흐름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생생한 마음의 ‘행적(行跡)’이다. 그 행로에는 신비를 허락하지 않는 화석화된 적층의 시간 속에 호흡하는 많은 사연이 ‘염장(鹽藏)’되어 있다. - 강찬모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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