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정 소설집 《칼과 슈왈츠 마돈나》는 단편소설이 가진 미학을 유감없이 담아낸다. 리듬이 느껴지는 서사를 따라가다가 마주치는 풍경과 사물의 표현은 감각적이며, 정제된 문장 속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은 따스한 입김을 내뿜는다. 시아누크빌 해변에 서서 태풍을 기다리며 모래사장이 땅콩버터 같다고 느끼는 맨발의 연수, 날카로운 칼끝으로 마늘 꼬투리를 싹둑 자르며 가슴 후련해하는 지선, 우버 택시를 기다리며 얀의 유품이 비에 젖을까 봐 우산을 씌우고 있는 에일린. 살면서 누구나 시련을 겪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슬픔은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일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삶을 좌절시킬 법한 그러한 시련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생명력이 붉은 슈왈츠 마돈나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