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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번 국도 007
2. 상상적 풍경 045 3. 손님 083 4. 셰어하우스 121 5. 행복한 여자 163 6. 동지들 201 7. 조우 237 8. 해설 275 9. 작가의 말 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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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는 민수의 얼굴을 만져보더니 차례로 깡마른 팔과 다리를 살펴본다. 마침내 윗옷까지 벗긴다. 얼룩투성이다. 희고 검은 버짐이 몸 전체에 퍼져 있다.
너 왜 이러니. 민수는 대답을 할지 말지 망설인다. 나비가 되고 있다고 말하면 놀랄 것이기 때문이다. ---「6번 국도」중에서 존 케이지가 작곡한 악보 없는 ‘상상적 풍경’은 관객들이 만들어내는 반응이 그날의 연주곡이 된다. 연주회 때마다 어떤 곡이 연주될지 아무도 모른다. 관객들은 어떤 찬란한 음악이 탄생할 것인지 기대하면서 연주회에 참가한다. 나는 알 수 없는 미래를 걸어가고 있었고, 그래서 기대하게 되었다. ---「상상적 풍경」중에서 나는 현관에 덜렁 남겨진 삼선슬리퍼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지루한 게임의 승자는 결국 버티는 자라던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염려 마세요, 아버지.” 나는 기다리는 일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손님」중에서 단발머리의 해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논두렁 위를. 4월의 논두렁에는 꽃다지며 민들레며 제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텐데, 그녀라면 소중하게 여겼을 그 꽃들을 지르밟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 너머로 서로 부둥켜안은 무리가 보이고 또 그 너머로 차 뼈대까지 집어삼킨 검고 붉은 불길이 일렁였다. 그는 그것들을 아련히 마주 보며 서 있었다. 곧 과거들과 만나게 될 것인데,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뒷걸음쳤지만 해수가 더 빨랐다. 그를 안았고, 울었다. 그는 해수의 들썩이는 어깨를 보면서 미희 씨를 생각했다. ---「조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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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소설의 화자는 치열한 욕심이 없다. 좀 더 행복해지려고 할 뿐이다. 그저 묵은 오해를 풀고, 사랑하고, 아프지 않고, 먹고살 만한 일자리와 퇴근 후에 쉴 집과 가족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정도다. 이모의 학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벌레를 삼키고 나비가 되려는 민수「6번 국도」, 생모에 대한 애증으로 원칙주의자가 된 양희「셰어하우스」, 남편의 폭력에 못 이겨 탈북한 인옥「행복한 여자」, 내 집 마련을 꿈꾸며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관리소 직원 「동지들」, 친구이자 연인에 대한 상실의 감정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연주「상상적 풍경」,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존버(존나 버티기)시대의 젊은이 「손님」, 어린 시절 학폭의 피해로 복수를 꿈꾸는 남자 「조우」등 모두 우리 사회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들의 행보에는 인과응보나 권선징악의 투쟁은 없다. 투쟁 대신 인내와 이해가 있다. 화자들은 늘 약자였지만 타인을 품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종종 슬퍼할 수밖에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걸어가는 그들의 서사가 가슴 아리다.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이들이 펼치는 다양한 삶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이 기록에는 고단한 세상살이가 들어있다. 각자 지고 가는 땅 위의 삶은 정말 녹록하지 않다. 외롭고, 주눅 들고, 부끄럽고, 노엽고, 지치고…,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명료하지 않고 쉽게 설명할 수도 없는 그런 감정들을 언어로 그려내고 싶었다. 민수, 영혜, 양희, 나장군과 김준, 장헌수와 정한수, 신 과장, 인옥, 연주, 기영…. 소설 속 주인공들과 오랫동안 만나면서 연민하고 사랑했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삶이 고단하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만 벽 뒤에 숨어 있지만은 않는다. 숨을 가다듬고 한 걸음씩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이 땅 어딘가에 살고 있을 또 다른 주인공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길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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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의 작품은 빈틈이 없다. 주제, 구성, 문장 등 소설의 3재 기능이 완벽하게 짜여 차라리 뻑적지근 무겁다. 틈새 없이 직조된 문장 묘사가 압권이고, 글감의 치밀한 취재와 삭힘으로 어설픔이 없다. 사회문제로 봉착되는 흔치 않은 소재들을 과감하게 다루었다. C컵이 아닌 빈 뜰 가슴, 그 깊숙이에 난자된 증오로 복수를 감행하지만, 또 다른 상처를 빚음에 아파하는「셰어하우스」, 버려진 일곱 살 사생아의 혼미한 삶이 부조된 「6번 국도」, 탈북녀의 현실과 젊은 여성들의 동거, 아파트 생활지원센터의 비리와 흑막 등 7편 전편마다 심혈을 기울인 저자의 노력이 선명하다. - 김지연 (한국소설가협회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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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에는 외롭고 슬프고 아픈 삶의 여러 원형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공유하는 사회를 객관적인 지형도 위에 올려놓고 여러 방향에서 관찰하는 것이 이 작가의 소임인지도 모른다. 그 모양과 빛깔은 보는 방향에 따라 제각기여서, 마치 네카의 입방체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 - 김종회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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