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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물음, 존재자, 존재① 모든 학문은 특정 분야에서 존재하는 대상을 다룬다. 수학은 수라는 존재자를 다루지만, 수의 존재가 무엇인지나 수의 존재가 어떤 지평에서 주어지는지를 묻지 않는다.② 서구철학사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에 존재물음을 던지지 않았고, 실체존재론을 자명하게 받아들였다.③ 하이데거는 시간을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지평으로 제시한다. 이는 철학사적으로 존재가 '현전', '현존'이라는 시간적 국면으로 이해되었고, 존재자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시간 개념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적인 것과 초시간적인 것의 구분 따위의 통속적 시간 개념은 실체성의 존재양식만을 드러낸다.■기초존재론 기획① 존재물음의 대상은 존재이다. 존재는 한편 어떤 존재자의 존재이다. 존재 일반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어떤 존재자의 존재부터 시작해야할까? 존재이해 속에서 존재하는 현존재이다.② 존재 의미를 탐구하기 위하여 현상학적 방법이 요구된다. 현상학은 '드러나는 것을 그 자체로 보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현상학이 대상으로 삼아야하는 것은, 그 자신이 드러나면서도 은폐와 망각으로 그 자체로 보지 못하게 된 존재자의 '존재'이다.③ 존재자의 존재에 대한 탐구는 현존재의 존재이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해석이기 때문에, 해석학의 모습을 띤다.■현존재와 세계① 현존재(거기에-있음)의 본질은 실존이다. 그리고 현존재는 각자성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밀접하다.② 눈앞에-있음은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벌리는 고찰 방식이다. 이때 눈앞에 세워진 존재자는 저마다의 고유한 존재양식이 은폐되고 그저 눈앞에-있게 된다.③ 반면 현존재의 실존은 현존재가 자신의 존재를 종결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고 항상 가능성으로서 이어가는 떠맡김의 방식이다. 떠맡음은 누구에게 돌릴 수 없는 현존재 각자의 문제이다(각자성). 현존재는 자신이 어떤식으로 존재할지를 중요하게 문제삼는 식으로 존재한다(본래성). 동물이나 무기물은 자신이 어떤식으로 존재할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인식, 외부세계, 배려① 근대적 자아, 주체, 뇌 등의 존재자로 자신을 파악할 때, 우리가 다른 존재자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있다. 근대적으로, 다른 존재자와의 관계는 지각이나 표상을 통해 부가적으로 습득된 관념이다.② 그러나 세계-내-존재는 세계에 친숙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거주한다. 세계-내-존재는 존재자들과 대립하며 맞서 있거나 존재자들을 알기 위하여 외부로 나아가지 않고, 존재자들 '곁에' 있다.③ 배려는 물건을 만들고, 분주하게 일을 처리하고, 신경 쓰고 걱정하는 등의 모든 방식이다. 현존재의 배려는 존재자들과 어울린다.■ 도구① 도구 분석은 세 가지 의의가 있다. 1) 우리가 세계-내-존재임을 구체적으로 실증한다. 2) 사물적 존재양식이 아닌 다른 존재양식이 가능함을 실제로 보여준다. 3) 현상학적 세계 개념을 예비한다.② 도구의 가치나 유용성은 도구라는 사물에 부착되어 있는 속성이 아니다. 컵을 사용하는 순간에 컵은 눈앞에 현전하는 대상이 아니라 다른 도구와의 전체 연관 속에서만 도구적 성격으로 존재한다. 컵은 담길 물을 지시하고, 컵을 받힐 탁자를 지시한다. 이러한 지시연관이 컵을 도구로서 존재하게 한다.③ 컵을 수단-목적 관계로 파악할 때, 컵은 눈앞에-있는-컵이다. 기상 후 목이 말라 눈을 비비며 물컵을 마실 때, 컵은 손안에-있는-컵이다.■ 세계① 존재자의 지시연관은 도구의 쓰임새를 중심으로 설명되었지만, 지시는 도구의 쓰임새 지시연관을 넘어선다. 지시는 다른 도구 뿐만 아니라, 자연물(재료), 타인(제작자, 사용자)에게도 확장된다.② 현존재는 모든 '위하여' 지시연관의 중심 원천이다. 현존재가 요리사라는 존재가능성으로서 존재할때, 식칼은 재료와 도마를 지시하고 음식은 손님을 지시한다.③ 현존재는 존재자의 지시연관 전체(=세계) 속을 움직이며 그때그때 이런저런 지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4 세계는 주관(일개 의견에 불과한 것)혹은 객관(모두에게 구속력을 가지는 사실)으로 귀속되지 않는다.5 세계는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자가 아니다. 존재자를 마주하기 위해 세계의 지시연관 전체는 이미 개시되었어야 하고 친숙해야한다.■ 개시성1 존재자가 드러나는 의미와 느낌은 세계의 개시성이 지탱하고 앞서 규정하고있다.2 개시성을 구성하는 근본 형태는 이해와 기분이다.3 이해는 전통적인 의미의 지성과 감정과 구분된다. 지성은 판단, 의심, 긍정 등의 인식 작용을 하고, 감정은 외부의 대상으로부터 유발된 내적 상태이다.4 이해는 기분에 젖은 이해이고, 기분은 이해를 동반하는 기분이다.5 전통적 지성, 감정 개념은, 속성을 담고있는 실체로서의 주체 개념을 전제한다. 그러나 이해와 기분은 주체에게 부착되어 주체가 세계에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자체가 개시되는 바탕이다. 이해와 기분 없는 세계는 없다.6 어떠한 기분이 개시한 것도 이해 또는 이해에 기초한 인식에 힘임어야만 일정한 의미 단위로 분절되어 전달될 수 있다.7 이해verstehen는 '해낼 수 있다', '할 줄 안다' 라는 뜻으로 쓰인다. 현존재가 할 줄 아는 것은 어떤 가능성으로 존재할 줄 아는 것이다. 독서하는 사람, 문을 여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으로 존재할 줄 아는 현존재는, 그러한 각기 이해와 동반하여 '읽는 책', '열고 닫는 문', '타고다니는 차'로 존재자들을 이해한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