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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남겨진 유형의 조각들: 상업가로의 경우 / 정평진 전략. 비틀어지는 도시의 좌향 버려지지 않는 공동의 여백 소비되는 표층의 두터움 에세이 유형과 체계의 실험과 한계, 그리고 다른 가능성 / 현명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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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발견한 ‘살아있음’의 건축론
'좌향, 여백, 표층' 세 단어는 이것이 단순한 나열을 넘어 어떤 종합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그것은 수많은 건축가의 작품집에서 남발되는 세련된 신조어들과 달리, 나름의 치밀한 논리로 짜여 삼각의 탄탄한 안정감을 갖춘 하나의 건축론으로 읽힌다. 한국 현대 도시건축의 일상이 오롯이 담긴 방대한 작업의 끝에 건축가가 발견한 건축론의 핵심은, 살아있는 도시와 함께 하는 그 건축의 '살아있음'이다. 첫 번째 단어 ‘좌향’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건축으로 풀어낸다. 건축의 안팎을 가로지르는 각종 힘에 대한 성찰은 현대건축의 다이어그램적 논의에 핵심적으로 등장하곤 한다. 홍만식의 건축은 급진적인 다이어그램 건축을 한국적 맥락에 녹여내는 다양한 시도들을 보여준다. 도시는 새롭게 피어나는 하나의 건축을 이리저리 흔들고 밀친다. 그래서 그 건축의 좌향은 비틀어질 운명에 놓여 있다. 그것은 도시와 건축의 힘겨루기이고, 따라서 '좌향'은 건축의 어떤 '힘'을 표상하며 그 건축이 태어나는 최초의 얼개가 된다. 두 번째 단어 ‘여백’은 모든 생명을 지속시키는 ‘숨’에 대한 건축적 고찰이다. 추상적으로 보이는 단어 같지만 건폐율의 상대적 개념인 비건폐를 다루는 구체적 대안의 개념이다. 수많은 생명으로 뒤덮인 도시의 버려진 여백은 그 도시의 숨구멍이다. 그 안에 자리 잡은 건축은 스스로의 여백을 만들어내며 가까스로 숨을 쉰다. 이제 그것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여백이다. 길들여진 여백에는 자연과 사람이 모여들고, 따라서 그 공동의 '여백'은 그 건축을 살게 하는 '숨', 멈추지 않는 생명의 호흡이다. 세 번째 단어 ‘표층’은 건축의 ‘살’을 이야기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자신의 살갗을 갖고 있다. 그것은 모든 감각의 기원이자 내가 세계를 만나는 유일한 통로이다. 건축의 살갗은 도시를 만난다. 그것이 테크놀로지의 인터페이스이자 자본주의의 소비재일지라도, 여전히 그 살갗은 서로를 느끼고 감각한다. 그것은 너와 나를 가름과 동시에 연결 짓고, 그러한 연결이 깊고 따뜻할수록 건축의 표층은 그 두께를 더한다. 근대적 눈의 건축은 이제 현상학적 몸의 건축을 향한다. 두께를 갖는 건축의 '표층', 그것은 따뜻하게 살아있는 건축의 '살'이다. 이제 힘과 숨과 살을 갖는 살아있는 건축이 태어난다.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좁은 건축의 테두리에 가두기보다 더 유연한 도시와 세계 속에 뛰놀게 하는 것, 그러하여 더 큰 건축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다. 그 크고 작은 탄생과 성장의 일기 속에서 저마다의 건축을 발견하고 꿈꾸는 일은 이제 독자에게 남겨진 행복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