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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저시선

책소개

목차

또 서시(序詩)

1부_매미론
해녀아리랑 / 매미론 / 짝 / 밑밥 / 심우성전 / 시요리 / 막사발 사뇌가 / 홍명희가 보낸 편지 / 단풍놀이 / 불개 / 지전춤 / 독도유언 / 한글파발 / 놀이하는 천재 / 청슬재아리랑 / 사발통문-신징비록

2부_고래사냥
미인폭포 / 맹방별곡 / 미조리아리랑 / 마작 / 고래사냥 / 눈물론 / 떼불놀이 / 책곳간 꿈 / 장마 / 천년 바다를 춤추게 하라 / 운남아리랑 / 숨바꼭질놀이 / 시산여정 / 매가리아리랑 / 알토란 / 최치원연구

3부_춘매
징강산 그림절 / 춘매 / 서산마애불 / 길상사 보살행 / 고기 한 점 / 땅설법 / 정라진아리랑 / 겨울 분황사 / 바이러스 / 하늘재아리랑 / 별방택배 / 어머니 관음사뇌가 / 장락탑 / 소설박물관 / 풍도바람꽃 / 각시론

4부_김홍도 춘화
만산고택 / 하롱베이 사뇌가 / 산수유마을 / 연 날리기 / 눈모자 / 김홍도 춘화 / 삼대목 / 마늘아리랑 / 청동북론 / 메 / 꿈틀꿈틀 / 해양실크로드 / 뚜벅이아리랑 / 비양도 어머니 / 꽃절 / 연장론

5부_락아리랑
상사화 / 락아리랑 / 헌책 사뇌가 / 나침반 안부 / 지문 보고서 / 벼룩시장 / 선묘 / 제주동자석아리랑 / 맹그로브 쪽배 / 네팔아리랑 / 열목어 사뇌가 / 혜초 다시 보다-장한사뇌가 / 감 / 답안지 / 다담골아리랑 / 십리도

◆시론
동일성 은유론 / 이창식 121

저자 소개 1

문학박사(동국대학교 대학원). 세명대학교 미디어문화학부 교수 아시아강원민속학회 회장. 한국공연문화학회 회장 역임. 문화재위원 역임. 세명대 특임교수. 1994년 『포스트모던』 봄호 「굴렁쇠」외 5편으로 등단. 시집 『어머니 아리랑』 『눈꽃사원』 『미인폭포』, 인문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융합콘텐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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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04g | 124*190*10mm
ISBN13
9791190526418

책 속으로

매미론

매미가 운다.
폭염
마른벼락 치듯
불꽃처럼 확 운다.
울지 못한 어둔 시간 돌려달라고
지독하게 운다.
덩달아 불볕더위 뭐 그리 탓할 일이냐고
악다구리로 운다.
진창에서 나와 노는 것만이라도
매미다움이라고
밑줄 치면서 운다.
밑줄에 매달려 사는 이들
그제사 진정 운다.
목빼며 남루의 껍질도 좋다며 운다.
폭염에도
서로 휘어진 등 기대며 운다.
저기 폭염 길바닥 밑줄 따라
아주 느리게 폐휴지 등에 지고서
울음꽃 뿌리며 죽으라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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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희가 보낸 편지*

도반 시 혁명 재미있지요.
큰 세상 만드는 것과 임꺽정처럼 촛불 드는 것
둘 평등이 하나요, 그렇지 않소.
붉은 리스트가 담쟁이 손처럼 녹슨 장벽에
당신의 접시꽃을 피웠다지요.
도반 시 적색 청산 지켜보고 있지요.
당신의 문 안팎에 어둔 그림자 드리워
손톱 밑 후벼파듯 아리오, 그렇지 않소.
교실 속 순수 기개 어디로 갔소.
당신의 심장에서 피던 접시꽃이 시들고 있소.
도반 시 감격통일 눈부신 듯 하지요.
나도 한때 선을 넘어 당신처럼 영웅이었소.
석류의 붉은 알로 혀끝의 전부를 뱉으며
죽창 같은 완장을 차고 으시대었소.
아하 색채의 상생, 다시 처음처럼 깊이 일해보소.

*소설 임꺽정 작가인 벽초 홍명희가 쓴 자필 편지가 108년 만에 그의 고향인 충북 괴산 땅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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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폭포

미인폭포 대면하면 그대 다시 보네요.
멋지네요, 힘차면서도 곱네요.
머리 잘 빗어내리며 가슴에 팍 안기던 그대
천상천하 통틀어 쏟아졌던 그날 그 저돌 이후
맨날 그 줄기 땜에 줄기차게 바다를 꿈꾸네요.
미인폭포 등목하면 그대 사랑 시원하게 느끼네요.
넣어요, 하나 돼요, 절정감이에요.
순간의 물폭탄 타래줄로 서서 나를 맞던 그대
막상막하 다모아 내리꽂던 그날 그 눈빛 이후
허구한 날 그 물길 땜에 오십천 이어 동해를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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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아리랑

하늘재(峙) 알토란 터전
한가위 달 떠오르자 번지는 반가사유상 미소,
자리한 영가, 다들 미소 넉넉하다.
마꼬보살 부부,
공양하는 두 손 모아서 더욱 대보름달 닮다.
사연 실타래 풀어주고 웃고
저마다 파란의 뒤안길 닦아주고 웃으며
다라니 구음에 가을벌레도 불성 입다.
과일 익어 차례성찬
올벼 익어 보름송편
잔 올리는 두 손 지극하여서 무척 환하다.
하늘재 성전에는 떠나서부터 가을부처 되다.
저마다 부처길 시조경을 읽다.

오늘도 더도 덜도 말고서 그냥 놀아
어제도 가물가물 하듯이 그냥 잊어
내일도 마냥 웃다가 공들이며 그냥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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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도바람꽃

단절과 통제를 뚫고 너를 만났다.
은행나무 땜에 너의 신음을 들었다.
복수초, 노루귀, 전호 찍고 너의 향내를 맡았다.
풍도바람꽃, 풍도대극 탓에 너를 불러보았다.
고승호* 가라앉은 이후 바다가 처음 울었다.
울음 넋으로 피어난 꽃이름,
이름 달고 역사 바다 한켠 자르면서
물거울로 세상 세상에 다시 퍼져 웃었다.
풍도여, 너의 이름만큼 섬노래를 부르며
배 검문과 감시를 뚫고 너와 함께 피었다.

*청일전쟁 때 청군 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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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춘화



길 속에 꺼벙이 김홍도 그림을 그리다 배 위에서 터지는 음수전놀이 남한강 절벽에서 줄줄 쏟아지는 줄불놀이 배 위에서 홍매 백매 끼고 그리다 내 발길 내딛을 자리에는 홍합 천지다 홍매 살결 향에 눈이 녹고 백매 눈살에 시린 웃음 녹다 산꽃들이 옷을 자꾸 걸며 그림 젖집으로 오다 사타구니 송이 송송 솟고 애기똥풀 속 조개 수줍게 피다 뜨거운 피 들킬까봐 조마조마 붓질하는 김홍도.



나팔문신 김홍도 손끝에 그림 꽃잎 눈부시다 몸과 몸 열쇠와 자물쇠 내는 소리 그리다 그림 자리에서 나는 그냥 숨이 막힌 짐승 적삼을 벗기다 쿵쿵거리는 소리 파랑새 꾀꼬리 놀다 갑자기 지나가는 우렛소리 몸이 뒤집히다 내 볼기도 소리를 내다 응응 울음인가 접문 감탄사인가 무릉의 깊은 길 도원의 미친 물자락 구분없이 김홍도의 슬슬 손놀림에 창녀 기생 한량 건달 뜨겁게 살다.



그림도적 김홍도가 나를 환생시키다 하늘 냄새 나다 성전 치르는 자리 초대 자체가 기쁘고 새삼 나의 뿌리를 잊은 채 살춤을 추다 살의 잔치 눈뜨다 내 뜨거운 진동 드디어 생기로 적셔져서 살도끼에 생목 벗기고 벗긴 나무 불로 활활 다시 물로 살살 씻겨 흙의 생기되다 땅의 진품 내가 되어 처절하게 살기둥 베이고 베다 옥순봉 배 위 사인암 나귀 위에서 미치도록 나는 알춤을 추다.



아저씨 부르는 그대, 놀리는 재미 쏠쏠하다.
단풍숲에 감 주렁주렁 깔깔 따라 웃는다.
가만있어 보라며 단풍길, 단풍집에서 싸우자
아저씨, 색칠할 끝판까지 가보지 뭐라고 들이댄다.
안개비에 젖은 단풍잎들, 신부 면사포 발아래
홍감빛 배달부 아저씨 설렁설렁 쓸고 있다.
배달부 빨간 가방에 꽉 찬 붉은 가을편지
하나님 이름표로 늦겨울로 배달될 거라고 우긴다.
하나님 아저씨, 그대가 흔들자 가을잎 우수수
가을감 덩달아 툭툭 겨울눈을 부른다고 대든다.
나는 잠시 그대 아저씨 품에서 웃음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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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또 서시(序詩)
가만히 마음을 모아 기울이면,
시시때때로 오는 바람 놀이시를 담으리라.
마음 깊숙한 곳까지 와닿는 게 보이면,
나무숲이 주는 다르마 별시를 만나리라.
하늘과 땅, 사람을 겹쳐 사노라면,
어루만지고 보듬고 다리듯
마음챙김의 여기,
시샘(詩泉)이 앞다투어서 보이리라.
또 거기, 인문 꽃시가 마음껏 피리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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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미치도록 안달한다. 사는 과정에서 너무 슬퍼서 눈물도 마른다. 살아내려면 그리움의 신기루에 모든 걸 던질 때도 있다. 삶의 길에서 만난 시 한 편에 데인 자국이 아문다. 이처럼 살다 보면 서정적으로 운다, 논다, 빠진다, 웃는다, 살핀다. 때론 서정적 자아로도 결기를 다지기 일쑤다. 이러다가 정서적 교감의 극치와 절정이 입말을 걸기 시작하면 시품이 보인다. 오래된 지혜의 시작이다.

---「작가 시론」 중에서

출판사 리뷰

[문학저널]에서 발행하는 문저시선 세 번째 시집으로 이창식 시인의 시를 묶었다. 이창식 시인은 그동안 인문학적 상상력과 민속학적 상상력에 힘입어 민첩하게 움직이는 경쾌한 언어유희와 민요의 한이 주는 리듬감과 어감 배치를 바탕으로 시의 진국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신작 시집 『미인폭포』에는 확장된 놀이적 상상력까지 더해져 그 진정성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소멸과 절망, 생성과 창조, 공감과 무지의 틈을 예리하게 베고 들어가는 『미인폭포』는 지식과 이성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지점에 놓인 시적 궤적이다. 희망, 불행, 사랑, 놀이, 어머니, 예술, 민속, 아리랑, 성, 불교, 자연의 서사성이 서로 휘어져 맞물려 감성체질로 드러나 독자들을 신명 나도록 뛰어놀게 만든다. 그 신명의 근원에는 시인의 다재다능한 말결을 통해 물결처럼 소통으로 다가오는 시어가 살아 숨쉰다. 시어의 무늬결이 춤추며 시품의 강렬한 숨결을 내뿜는다. 시를 놀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의 이러한 언어놀이로 불러오는 재치와 순발력이 넘치는 유희가 시의 멋을 부추기고 시의 맛깔스러움으로 나타난다.

서정시집 『미인폭포』는 시인의 풍부한 서정적 자아가 외부 현상을 포착하여 시의 내면으로 인격화하여 융화시킨 결정체이다. 시인의 서정적 자아는 세계에 감정이입 되어 자아와 세계가 일체감을 이루도록 하면서 시적 체험과 시적 은유놀이의 숙련으로 거듭난다. 이 시집에서의 은유놀이는 질적인 도약과 파격을 통해 두 대상을 동일시하거나 융합하여 서정시의 새로운 미학으로 탄생한다. 리듬, 감성, 파격을 적절히 혹은 교묘하게 섞어 공유의 장으로 만들어 낸 이창식 시인의 시집 『미인폭포』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탐구 그 화쟁의 포스트모던 현장이다. 즉, 기존의 익숙한 시의 길을 거부하고 독특한 리듬과 언술로 시의 아포리즘을 완성하기 위한 신명 나는 놀이터이자 한을 풀어내는 굿판이다.

추천평

이창식 시학의 특징은 우리의 대표적 민요인 아리랑에 담겨 있는 한의 정서를 불교사상과 어머니의 사랑을 매개로 풀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된다. 어머니는 “시간의 층계에 오를수록” 지워지는 존재가 아니다. 그 사랑은 언제나 들풀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돋아서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고, 험한 세파에 휩쓸릴 땐 밝은 별로 떠올라 가야 할 길을 비춰준다(「나침반 안부」). 이렇듯 시인은 윤회의 시공에 어머니 사랑의 영원성을 소환하면서 절제된 시어와 서정의 지적 표현으로 우리를 삶의 근원에 대한 자각과 성찰로 이끈다. - 박영배 (시인·문학평론가, 세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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