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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序
제1부_존재의 시 타향에서 / 자유로를 달리면 / 아름다운 막달라 마리아 / 길에서는 / 구두가 주인을 잃었다 / 사랑은 어디에 있나 / 처용, 바보처럼 춤출 줄 아는 사랑이여! / 시와 철학 / 진정한 깨달음 / 빗소리 종소리 / 합정(合井)에서 교하(交河)까지 / 그저 선물일 수밖에 / 있다는 것에 대한 명상 / 기억의 우주 / 모든 여성의 수태는 무염수태이다 / 모든 남성의 열반은 무루열반이다 / 이순(耳順) / 광화문(光化門)의 단군 / 내 안의 절대 / 너의 아름다움을 맛보며 / 시를 쓰는 순간, 시를 놓쳐버린다 / 문(門) / 만다라의 꿈 / 어디서 온 줄 모르기에 / 백 권의 책, 천 편의 시 / 신과 인간은 쌍둥이 / 음악에 / 구성과 해체 / 부처가 될 수밖에 / 남자는, 여자는 / 존재는 진리가 아니다 / 한글, 원(原)소리 여섯 글자 / 종자와 시인 / 진실은 / 주여, 더 이상 갈 곳이 / 사람은 땅에 묻히면서도 / 비움과 나눔은 / 슬픔인 듯 기쁨인 듯 / 어매 / 지상의 양식 / 메시아는 힘이 없기에 / 나는 두렵지 않아요 / 너의 이름에 들꽃화관(花冠)을 / 바람, 소리, 맘 / 백설무심(白雪無心) / 나는 나야 / 화선지 /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유승앙브와즈 아파트 / 집으로 돌아오는 두 갈래길 / 신이라는 말은 신이 아니다 / 심정이 없으면 없다 / 바람 부는 섬 / 잠결에 옥피리 소리 듣다 제2부_욕망의 시 시는 누드다 / 냇돌 / 배꼽아래 빅뱅 / 이브의 살신성인 / 신음소리 / 수풀에 대한 몽상 / 오르가즘 / 거시기 / 황진이를 만나다 1 / 황진이를 만나다 2 / 황진이를 만나다 3 / 황진이를 만나다 4 / 황진이를 만나다 5 / 황진이를 만나다 6 제3부_사회풍자시 다시 달구(達丘) 교정에 서서 / 해병을 아는가 / 어둠의 촛불 같은 세월 / 피로써 숫돌을 간다 / 혼(魂)이 재(灰)가 되다 제4부_차시 푸른 비 내리니 / 달빛에 젖어 / 관음전 측백나무 앞에서 / 다(茶) 오우가, 시서화락무(詩書畵樂舞) 시론 은유와 환유의 곡예와 안식 / 박정진 부록 1. 철학인류학자 박정진의 순우리말철학 2. 천부경과 신천부경(新天符經)(박정진, 2009년 2월 1일 제정) |
朴正鎭,심중 (心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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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내 고향이 당신에겐 타향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 사랑이 당신에겐 낯설음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타향을 살다간 당신을 사랑하며 때늦게 살라하니 별빛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하루가 평생이 되고 사랑이 용서가 되길 바랄 뿐 별빛을 받으며 밤새 낯선 편지를 쓰면 하얀 백지를 뚫고 주체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샘물처럼 솟아오릅니다. 밤이 왜 낮과 번갈아 숨 쉬는가를 새벽에야 알았습니다. 평화란 용서의 씨앗이자 결실이라고 여명은 속삭여줍니다. 여정이 끝나는 날까지 홀로 남은 나그네는 먼 지평을 서성이며 샘물 같은 편지를 당신의 하늘가에 띄울 작정입니다. (2019년 7월 10일) 남자는, 여자는 남자는 “난 알아.”라고 말한다. 여자는 “난 몰라.”라고 말한다. 안다고 말하는 남자는 진정으로 아는 것이 없다. 모른다고 하는 여자는 심정으로 모르는 것이 없다. 남자는 전장에서 죽는다. 여자는 제 몸에서 죽는다. 알고 모름의 비밀 여반장이다. 살고 죽는 비밀 여반장이다. 시는 누드다 시는 누드다. 발가벗음이다. 낯선 단어들의 칸막이에서 한 겹, 한 겹 벗다보면 빨간 알몸이 드러난다. 시는 옷을 입는 일이다. 한 겹, 한 겹 입다 보면 본래 나는 없어진다. 발가벗지 않은 시는 없다. 옷을 입지 않는 시는 없다. 시는 누드다. 발가벗음으로, 옷을 입음으로 해서 나는 너와 숨바꼭질한다. 옷을 입고 벗는 사이에 우리가 있다. 낯설고 낯익음 사이에 시가 있다. 푸른 비 내리니 - 2008년 7월 11일 해남 녹우당(綠雨堂)*에서 푸른 비 내리니 하늘의 찻물이런가. 옛 백련동 백련의 이슬을 받아 죽로에 끓이니 물 끓는 소리 하늘에 닿는 듯하다. 외롭고 의로운 선비 이곳에 쉬었고녀 귀양살이에 초연히 시 읊고 차로 목을 축였으니 하늘이 내린 집이로다. 덕음산 품 헤아릴 길 없다. 2. 무엇이 선비더냐, 풍류더냐 길 잃은 백성아, 아해들아 멀리서 찾지 말라. 고산, 다산, 초의, 추사 이 이름만으로 족하다. 때마침 들리던 날 백련은 집 앞에서 막 하얀 꽃잎을 내밀어 이슬을 담아 바람에 흔들리니 하얀 신부 맞아 영원으로 삼고 싶다. 3 백련은 언제부터 피었더냐 까마득한 날부터 하얀 연꽃 타고 오는 신부가 있어 바다 길 몰래 열어 광야의 선비를 기다렸구나. 앞에는 백련지 뒤에는 덕음산 그 사이에 진인이 다 모였으니 더 이상 목 놓아 울지 말고 다담이나 나누세. *녹우당은 조선 중기의 이름난 가사(歌辭)문학인 및 음유시인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6∼1671)의 고댁(古宅) 종가에 붙여진 이름이다. --- 본문 중에서 시론 『타향에서』라는 이 시집의 의미를 존재론적으로 읽은 독자라면 ‘존재의 타향에서’를 떠올리는 것이 마땅하다. 존재의 입장에서 보면 삶은 항상 타향에 있기 마련이다. 고향은 항상 마음의 고향일 수밖에 없다. 실체의 고향이 있어도 마음에 없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상은 무엇이고, 존재는 무엇인가. “존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은 존재론적으로 가장 먼 것이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초월적인 사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은 존재마저도 초월적인 위치에 올려놓을 위험이 있다. 하이데거도 예외가 아니었다. 존재는 바로 생멸하는 자연이다. 인간의 연구대상이나 이용의 대상이 되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존재이다. 인간이 아무런 목적 없이 바람소리, 새소리 들리는 자연을 휘둘러볼 때의 자연이 존재이다. 존재는 일자一者가 아니라 일여一如이다. 존재는 환유가 아니라 은유이다. 그래서 시인은 가장 존재에 가까운 족속이다. --- 「시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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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저널]에서 발행하는 문저시선 네 번째 시집으로 박정진 시인의 시와 시론을 묶었다. 그동안 11권의 시집을 냈지만 아직도 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시인은 한양대 의과대학에서 국문과로 진학해 박목월 시인을 만났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늘 가슴에 품은 채 시를 쓰고 있다.
시집 『타향에서』는 나의 고향은 반드시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타향이고, 나의 타향은 누군가의 고향이라는 시인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삶을 폭넓게 관조한다. 한국의 자생철학을 수립한 시인답게 시와 철학을 일체화시킨 『타향에서』는 감정표출보다는 관조와 절제를 근본 정서로 삼고 있다. 77편의 시를 모은 『타향에서』는 총 4장으로, 1장은 ‘존재의 시’, 2장 ‘욕망의 시’, 3장 ‘사회풍자시’, 4장 ‘차시(茶詩)’로 구성되어 있다. ‘존재의 시’는 존재론에 관한 경지에 관한 시를, ‘욕망의 시’는 아직도 소유욕에 빠져있거나 소유와 존재의 경계에 있는 시를 말한다. 시인은 욕망은 부정할 수 없는 인간 현존재의 조건과 같은 것으로서 그것이 있기 때문에 극복과 제어, 조절을 필요로 하는 긍정적인 의미라는 것을 은유적인 상징으로 잘 보여 준다. ‘존재의 시’를 대표하는 표제작 「타향에서」는 시인의 존재론적 사실성을 표출한 작품으로 존재라는 것의 본질적인 모순을 노래하고 있다. 존재는 항상 타향이면서 고향이고 고향이면서 타향이라는 인간존재의 이분법 현상학을 시로 보여준다. 「자유로를 달리면」은 개인이 누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존재의 기본적 권리이자 도덕적으로 당연한 자유의 존재이유서이다. 대부분의 시편들이 인식의 이분법 삶의 이중성을 향해 이행을 표현하고 있는 ‘존재의 시’는 현상학적이고 역사적인 삶의 이분법은 항상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이 쉽다는 이치를 통해 인간의 인식 지평의 융합을 표출하는 세계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욕망의 시’는 남녀의 성적 욕망을 시적으로 승화시키는 한편 사물을 마치 미술의 오브제같은 이미지를 차용해 시적 효용성을 높이면서, 「시는 누드다」 「냇돌」 「배꼽아래 빅뱅」 「이브의 살신성인」 등의 시를 통해 신체의 육체성이 아닌 존재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회풍자시는 역사와 사회에 대한 시인의 관심이 드러난 시로 역사·사회적 입장이 은연중에 표출되어 있고, 차시(茶詩)는 취미의 미학과 고상함과 관련된 시편들이다. 시인은 이런 시편들을 통해 ‘현상은 무엇이고 존재는 무엇인지’ 물으면서 독자들이 이 시집에서 ‘존재의 타향에서’를 떠올리는 순간을 발견하기를 소망한다. 시집 『타향에서』는 시를 쓰는 일 이외에도 문화인류학자, 철학인류학자, 차(茶)문화연구가, 무예(武藝)문화연구가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는 삶을 살아온 박정진 시인의 삶의 편린들이 곳곳에서 날카롭게 반짝인다. 그 빤짝이는 시인의 은유와 환유의 곡예와 인식은 관념이나 가상이 아닌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물과 심이 하나라는 물심일체적 태도로 나타나 심물존재, 심물자연의 세계관·존재관을 철학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