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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김정희 글그림
공(KONG)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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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글그림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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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에세이를 쓴다. 그림일기를 통해 나를 만난다. 21학번 아동심리 상담학을 공부하는 늦깎이 대학생이다. * 제14회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 수상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kok7699) * 브런치 brunch.co.kr/@qkfkagksmfwlrl * 인스타그램 @love_painting1258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60g | 135*200*10mm
ISBN13
9791191169041

책 속으로

부족한 그림과 글을 봐주실 낯선 마음에 설렙니다.
--- 첫문장

봄을 기웃거리며 삐죽이 혀를 내밀던 연두의 앵두나무 순, 입안에서 터지던 빨강 딸기, 노랗게 굴러다니던 참외, 밭에서 뽑아먹던 흰 무, 사촌오빠의 손에서 쩍, 갈라지던 객기의 빨강과 검은 씨의 존재감 두드러지던 수박, 지겹고 또 지겹던 사춘기 무렵의 배추밭 초록, 가출을 추동하는 들녘 끝 기차의 검은 색 동경, 죽은 옆집 아이 향이의 가짓빛 입술, 할머니가 쥐여주던 주황색 감, 아버지의 우윳빛 막걸리, 황토색 신작로에 깔리던 어둠, 절망이 뒤엉키던 밤의 불빛,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붉은 토마토를 선별하는 오후, 어스름이 깔리며 하루가 저물 때 기어들던 불안한 회색이 감성과 이성을 지배했다.
--- p.20

평생 젖어 있던 손,
햇볕과 비바람에 하얗게 풍화된 손,
부엌으로, 마당으로, 밭으로 내달리던 손,
단 음식 떠먹이며 이마를 짚던 손,
첫 딸 시집보내는 날, 흰 장갑 끼고 신부처럼 떨던 손,
막내 사위 손 잡고 눈가 훔치던 손,
그 손들 모두 맞잡으면 산이라도 번쩍 들겠네.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귀한 거친 손,
귀한 시간을 살아온 손,
쩍쩍 갈라지고, 물기 없이 마른 손,
어디 푸른 시간 있으려나, 엄마의 손 오래 들여다본다.
--- p.26

생의 모든 순간이 그립고 못내 짠해서 읽고, 쓰고, 그린다.
그렇게 읽고, 쓰고, 그리는 동안, 순간순간 벅찼다.
--- p.41

흔들리는 나무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을 나는 동안 새싹을 발돋움하고, 잎을 재잘거리며, 노랗고 빨간 휘장 펄럭이는 한바탕 가을 잔치 벌이다, 빈 가지로 서서 온 힘 다해 산 자의 겸허를 증거 하는 겨울나무까지, 지켜보고, 위로받고, 설레고 그리워한다. 모든 흔들림의 정점에 서 있는 나무, 흔들리면서 제 존재를 말한다. 흔들리다 툭, 내뱉듯 꽃을 내밀거나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

--- p.96

출판사 리뷰

누군가의 첫 책

누군가의 첫 책은 말 그대로 첫 책을 응원하는 공(KONG)출판사의 프로젝트입니다.

No. 3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부족한 그림과 글을 봐주실 낯선 마음에 설렙니다.”


곱슬곱슬 풍성한 짧은 파마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쓰신 작고 아담한 키의 중년 여성의 눈에서 보았다.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아 힘겨운 좌절의 기색 그럼에도 끝까지 하고자 하는 진심 어린 간절함을 느꼈다.

“이 나이에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저자의 말에 중년을 지우고 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유명하지 않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삶을 산 사람의 이야기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눈을 크게 떠서 글자를 그림을 따라가게 만드는 이유는 책에 깃든 따뜻함이 어디에나 있는 정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둘러싸여 다채로운 계절의 색과 함께 자란 이의 정서는 함께 하고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준다. 어려운 형편의 가정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을 도우며 다섯 남매의 맏이로 자란 저자는 일찍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야 했지만 지나고 보니 어린 마음에 결핍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림, 그리고 싶어요.”

결핍인 줄 모르고 무심했던 마음을 그림을 그리며 채워나간다. 물감을 짜고 색을 섞는 순간부터 어린 시절부터 잊지 못한 색을 표현한다.

봄을 기웃거리며 삐죽이 혀를 내밀던 연두의 앵두나무 순, 입안에서 터지던 빨강 딸기, 노랗게 굴러다니던 참외, 밭에서 뽑아먹던 흰 무, 사촌오빠의 손에서 쩍, 갈라지던 객기의 빨강과 검은 씨의 존재감 두드러지던 수박, 지겹고 또 지겹던 사춘기 무렵의 배추밭 초록, 가출을 추동하는 들녘 끝 기차의 검은 색 동경, 죽은 옆집 아이 향이의 가짓빛 입술, 할머니가 쥐여주던 주황색 감, 아버지의 우윳빛 막걸리, 황토색 신작로에 깔리던 어둠, 절망이 뒤엉키던 밤의 불빛,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붉은 토마토를 선별하는 오후, 어스름이 깔리며 하루가 저물 때 기어들던 불안한 회색이 감성과 이성을 지배했다. (본문 ‘물감을 짜고 색을 섞는다’ 중에서)

가정에 충실한 삶을 살아낸 엄마로서의 시간이 지나 앞으로의 시간은 오래도록 품었던 읽고, 쓰고, 그리는 삶을 위해 한 걸음, 걸음 나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로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놓아버리지 않으면 바로 지금 해도 괜찮은 때라고 말하는 이 책을 통해 다정한 위로와 용기를 얻길 바란다. 오늘은 앞으로 살아갈 날 중에 가장 젊은 날이 될 테니 말이다.

추천평

인생을 24시간으로 정한다면 당신은 몇 시쯤 살고 있나요?

하루 24시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생의 시작과 끝은 개인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일찍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장수하며 오래 살기도 한다.

이 책은 24시간 중 오후 5시 49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전 6시 3분엔 오 남매의 맏이로 묵묵히 작은 손을 보태 부모를 도운 어린 작가가 있었고, 오전 7시 31분엔 그림 그리는 친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부러움이 마음에 박힌 시간이다.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어 바쁘게 살아온 시간을 지나 이제야 마음에 박힌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시를 쓰고, 글을 쓰는 시간이 되었다.

오후 5시 49분,
누구도 늦었다 하지 않는 시간.
무엇이든 시작하기에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몇 시쯤 살고 있는지. 늦었다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괜찮다고 지금이라고 말해주는 책 덕분에 망설였던 일에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환하게 비추는 태양 아래 앞으로도 계속 읽고 쓰고 그리는 김정희 작가의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곧 해가 지겠지만 하늘엔 밝은 달이 오래도록 우릴 비추고 있을 테니 말이다. - 공가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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