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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향기
보미의 우리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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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정규성(한국막걸리협회 회장) 6

프롤로그 천녀 춘향 13

1장 오메기술이냐 고소리술이냐 25
2장 죽력고와 홍주, 그리고 이강주를 찾아서 38
3장 아! 안동소주 46
4장 경기도에 가면 그 술이 있다 57
5장 세상에서 제일 좋은 술 64
6장 명주는 어떤 맛인가 79
7장 천년의 약속 83

에필로그 동백나무 숲속으로 88

저자 소개 1

金在營

1967년 경기도 여주 출생.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전태일문학상에 입상했고, 2000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코끼리』 『폭식』 등이 있다. 소설 「코끼리」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영문 번역되어 해외에 알려졌으며,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창비, 비상, 천재교육)에도 수록되었다. 대산창작지원금, 문예진흥기금에 선정되었으며, 중앙대, 경기대, 숭의여대, 충북대, 한성대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현재 문화예술연구소 ‘바라’의 대표이며 제주 외국인평화공동체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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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92쪽 | 134g | 120*190*6mm
ISBN13
9788966551408

책 속으로

새 생명을 얻은 춘향인 보미 역시 정읍 장터에 들러 죽력고 만드는 곳부터 수소문했다. 겨우 찾아낸 오래된 국밥집 주인이 대답 대신 묻기부터 했다.
“나이 어린 아가씨가 어떻게 죽력고를 알고 찾을까, 잉? 죽력고라 하면 동학 봉기 때 전봉준 대장이 서울로 압송되던 중 어느 백성이 건넨 죽력고를 마시고 기력을 회복하였다는 술이지라.”
그러면서 대번에 양조장 위치를 알려주었다. 보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양조 마당으로 들어서자 왕겨 타는 향내가 구수했다.
“잘게 쪼갠 청대를 항아리에 꽉 채워 넣고 뒤집어서 진흙을 바른 뒤, 콩대를 둘러서 불을 붙인 뒤에 왕겨를 덮고는 서서히 타들어가도록 불씨를 남겨둡니다. 은근한 불기운으로 일주일 넘도록 두면 대나무 속의 약기운을 빼낼 수 있지요.”
--- pp. 39-40


“금정산성 근처 산성 마을은 수백 년간 누룩 전통을 이어오는 곳인데, 금주령으로 관군이 단속을 나오면 강보에 싸인 아기를 관군에게 던지고 누룩 담긴 보자기를 들고 도망쳤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마저 전해진답니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 때마다 금주령이 내려지고, 일제강점기에는 가양주 전통의 양조장들이 강제 폐업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술이 안동 지역에 남아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워요. 모두 필사적인 전통주 보존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지요.”
그 뒤로도 전통주 수난은 오래 이어졌다. 일제의 밀주 단속은 유신시대 양곡관리법으로 계승되었고, 거대 자본화한 대형 주류 업체만 살아남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소규모 양조장의 생산 판매를 허락하자 다시 다양한 전통주가 만들어지고 있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 pp. 53-54


“나“막걸리는 약주를 걸러낸 나머지로 만드는 것이니 약주만 못한 것이 아닙니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네. 물론 맑은 술을 뜨고 남은 지게미를 물로 희석해 만들기도 하지. 하나 요즘 엔 막걸리 생산 자체를 목적으로 발효주를 만드는 경우가 오히려 많아. 막걸리야말로 주류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우뚝 서고 있거든. 막걸리의 장점은 첫째, 도수가 낮아 호쾌하게 들이켜는 통쾌함이요, 둘째, 달달하니 맛도 좋아서 배를 든든히 하면서도 은근히 기운을 북돋아 노동 활력을 돕는 노동주라는 데 있지. 물론 주변의 흔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값이 싸서 주머니 사정이 딸랑거리는 시인의 밥이 되기도 하고, 허허.”
“흐음, 싼 서민의 술로는 그만이지만 최고의 술이라고 치켜세우기엔 뭔가 좀….”
“천만의 말씀! 쌀이 귀했던 전쟁 직후나 산업화 시대에는 막걸리를 수입 밀가루나 묵은 정부미 등으로 만들어 싸구려 술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 이제는 고급화된 쌀막걸리가 대세야. 그런데도 같은 곡물 발효주인 맥주보다 값이 싼 이유는 원가가 저렴해서가 아니라 주세가 싸기 때문이지.”
--- pp. 72-73


며칠이 지나자 술의 은은한 향기가 온 사방에 가득했다. 참으로 기묘했다. 일 년 전, 하늘나라까지 천녀의 몫으로 올라와 말썽을 피웠던 그 술 향기에 비견되었다. 마침내 한 국자를 떠서 살짝 맛을 보니, 가히 견줄 데가 없는 맛이었다. 신맛은 신맛이되 그 정도가 조화로운, 걸쭉하면서도 살짝 독하되 시원한 청량감이 도는, 뭐라 형언키 힘든 맛. 무엇보다 묘한 원시의 맛이 거기 있었다. 모름지기 음식의 한 갈래인 술도 문화인지라 시대의 감각과 유행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단언컨대 당대를 초월한 이 오래된 비법의 술이라면 어딘가에 있을 이몽룡을 불러올 수가 있을 것 같았다.

--- p.86

출판사 리뷰

고수의 한바탕 신명 난 막걸리 예찬에 보미는 넋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이쯤 되면 막걸리란 인간 육체의 노고를 푸는 향응의 술이 아니라 보약이라는 찬사가 아닐 수 없다. 좀 지나치다 싶어 한마디 보탰다.
“에이, 박사님 말씀에 따르자면 막걸리가 삶의 애환, 즉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달래는 위안 정도가 아니라 만병통치약쯤 된다는 거네요. 어떤 이는 그걸 마시고 취하면 쥐어짜듯 머리가 아프다 하고, 또 어떤 이는 주사까지 부리던데, 그건 뭔가요?”
“과유불급이라. 아무리 좋아도 지나쳐서 좋을 게 있겠나. 내친김에 부끄러운 우리 술 역사도 말해줄까? 예전에는 막걸리 생산에서 잘못된 관행도 있었지. 흔히 막걸리 마셔서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 예전엔 자주 들렸는데 카바이드를 이용해 싼값으로 생산하고 쉽게 돈 벌려는 일부 장사치들의 잘못 때문이었어. 그런 방식은 이제 아무도 안 해. 요즘의 현명한 소비자들 앞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바탕 듣고 난 뒤에도 보미는 ‘명주’를 찾아서 길을 떠나지만 결국 술맛을 다 보다가 보미는 알콜중독자 수감 시설에 수용되고 만다. 이 장면은 작가의 유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술에 대한 철학적 또는 도덕적 이야기가 아니다. 보미가 전통술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전통주가 매우 다양하고 또 지금껏 명맥을 이어져왔다는 사실에 탄복이 나올 뿐이다. 사실 대형 주류업체의 술은 전국에 똑같이 유통되고 있지만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들은 지방마다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며, 이게 전통주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통주라고 하면 이상하게 ‘고급 술’로 인식되기도 하겠지만 막걸리만 생각해봐도 그 종류를 사실 다 알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즐기는 술마저도 획일화된 현실에 비춰볼 때, 각 지역의 물맛과 제조 방식에 따라 맛이 각자 다른 술이 아직 살아 있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마음을 다소 여유롭게 한다.

추천평

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한을 풀고자 하는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술을 빚기 위한 여정으로 제주도에서부터 한반도 전역을 다니며 유명한 우리 술 비법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이 ‘하늘에 오른 비밀의 향기’ 속 여행 과정만으로도 전국 우리 술을 만나볼 수 있는 최고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혹, 독자 여러분들께서 양조장 관광을 할 기회가 있으시면 소설 속의 내용을 상기하여 살아 숨 쉬는 발효실을 체험해보기 바랍니다. 술이 살아 숨 쉬고, 끓어오르고, 익어가는 모습을 오감(五感)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향후 우리 술의 인문학적 접근과 풍부한 스토리 창작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하늘에 오른 비밀의 향기”와 같은 인문학적 창작의 세계가 열렸으면 합니다. 술의 음용(飮用) 문화가 단순히 취(醉)하기만이 아닌 향과 맛 그리고 스토리를 함께 가져간다면 우리 술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라 믿습니다.! - 정규성 (한국막걸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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