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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롱장에서 만난 사람
권비영
gasse(가쎄)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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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 8

구영사 / 13
되돌아 봄 / 45
너의 말이 옳다 / 77
아라쿠노캄파 루미노사 / 107
민들레를 꿈꾸다 / 137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 170
도둑과 풀 / 200
오월의 첫날 / 231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 / 262
파도를 넘는 방법 / 297
내가 죽기 전에 / 329
혹 / 361

저자 소개 1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멘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2005년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 출간 후 2009년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덕혜옹주』는 독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덕혜옹주는 영화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멘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2005년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 출간 후 2009년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덕혜옹주』는 독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덕혜옹주는 영화화되었으며 러시아 외 5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이어 다문화가족의 이야기 『은주』, 일제강점기 세 여자 이야기 『몽화』와 중단편집 『달의 행로』, 이 시대 어머니들의 이야기 『엄니』를 펴냈다. 2019년 말에 『택배로 부탁해요』라는 동화도 한 권 냈다. 올해 2021년 여름 여성독립운동가 『하란사』를 출간하고,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 창작집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으로 소설 쓴 흔적을 더 보탠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와 소설21세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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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428g | 128*188*27mm
ISBN13
9791191192308

책 속으로

나는 비로소 구영사의 사연을 알 수 있었다. 콩콩콩,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에 그녀의 울음은 들리지 않았다.
904, 구영사는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너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봄날이니 따사롭고 여름에는 피서 가고,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엔… 겨울이 오면 따듯한 방에서 둘이 손잡고 잠자면 되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스레인지를 켰다. 새파랗게 올라오는 불꽃에 가슴까지 서늘해졌다. 얼마쯤 열기가 느껴졌을 때, 나는 냉기가 가신 계란을 터트렸다. 닭이 품었던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당신의 할머니를 본 적은 없지요. 고종 황제를 뵌 적은 더더욱 없구요. 당신의 어머니가 마사에인지도 나는 몰라요. 하지만 당신을 믿어요. 당신의 꿈을 믿고 당신의 믿음을 믿어요. 소망이의 꿈을 믿고 소망이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믿어요. 세상이 당신을 광녀라 불러도 나는 당신을 분홍이라 불러요. 당신의 그 아름다운 춤을 찬미하고 당신을 가두고 있는 세계에 짙은 어둠이 있음을 믿어요. 어둠 속의 그 세계는 견디기 힘들지만 언젠가 당신은 길을 찾을 거예요. 아무리 깊은 어둠에도 한 줄기 빛이 스미는 길은 있어요. 그 길을 찾아 어둠을 이겨내는 당신을 믿어요. 분홍이 당신을 믿어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풀은 자랄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풀은 산을 덮을 것이다. 허영자가 내게 관심을 접고 문 씨가 풀의 행방을 찾는 동안,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이다. 내 것은 이곳에 하나도 없으므로. 심지어 풀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조차 없으므로.
세상의 광풍 앞에서 풀은 쓰러진다. 그러나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그리워할 것이 필요했다. 문학은 내게 분명 그리움이었다. 내내 닿을 수 없는 그리움…. 어쩜 그것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이유인지도 몰랐다.

- 벨롱장? 무슨 말이지?
- 벨롱이란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뜻입니다. 제주 말입니다.
-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장? 그게 뭐지?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러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히죽 웃었다.
- 말이 참 예쁘지 않습니까? 제주 말은 이쁜 말이 많아요.
- 그렇군. 벨롱이란 말이 참 예쁘네.
- 그렇죠? 오늘 제가 모시고 갈 곳이 그곳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영상통화는 어딘가 늘 아쉬웠다. 보이기는 하되 만질 수 없었다. 보이기는 하되 숨결을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이 늘 아쉬웠다. 영상통화는 영혼을 간질이다 마는 미혹이었다.

결국 그 문제는 내가 죽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고 말았다.

아, 나는 그날 이후로 원룸 하나를 얻어 따로 나와 살고 있습니다. 아들에게는 혹이 되어버리고 나는 섬처럼 고독해져서 고독사할 수밖에 없는 노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득 성주댁이 그리워졌습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역사 속 인물의 서글픔이든,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애잔한 인생사든,
권비영의 소설에서는 모든 게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만다.

작가 권비영이 그리움을 엮어 길어 올린
반짝반짝 빛나는 열두 편의 이야기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시대에, 소설은 ‘소설 쓰고 있네’라는 말로 주저앉았다. 서글퍼만 하고 있을 것인가? 그래도 써야 하는 이유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때문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쓰일 것이니까.
- 「작가의 말」 중에서

문학은 내게 분명 그리움이었다. 내내 닿을 수 없는 그리움…. 어쩜 그것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이유인지도 몰랐다. 나에게 가족이 없다는 사실이 전에 없이 홀가분했다. 당분간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계는 꾸려갈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느긋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글을 써야 한다는 절박감은 더욱 나를 옥죄어 왔다. 나는 나날을 초조하게 보냈다. 그건 또 한 번 베스트셀러를 내야 한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내가 작가라는 자각이 그런 초조한 마음을 갖게 한 것 같았다. 닿을 수 없는 거기, 더욱 그리워진 갈증이 나를 자꾸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이 책은 울산문화재단 2021 울산예술지원 선정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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